'맛녀석' 4인방 "굶고 오냐고요? 공복에는 오히려 많이 못먹어"

입력 2017-09-24 10:00
수정 2017-09-24 12:13
'맛녀석' 4인방 "굶고 오냐고요? 공복에는 오히려 많이 못먹어"

코미디TV 대표 주자…"'무한도전' 가요제처럼 '제육대회' 할래요"

"'혼밥특공대' 등 다양한 시도로 롱런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카메라가 꺼지면 더 먹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 '맛있는 녀석들'은 문자 그대로 위대(胃大)했다.

코미디TV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4인방인 '이십끼형' 유민상(38), '김프로' 김준현(37), '민경장군' 김민경(36), '막둥이' 문세윤(35)을 최근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아침 겸 점심으로 돌솥비빔밥 집에서 돌솥을 거덜 내고 온 이들은 인터뷰 내내 '입가심'이라며 가장 큰 와플 두 접시와 과일주스를 해치웠고,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는 다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양장피 집을 향해 떠났다.



체급 좋은 4인방이 본능적으로 맛있는 것을 찾아내고, 때로는 별로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제조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맛있는 녀석들'은 2015년 1월 시작해 방송 3년 차를 맞았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유민상은 '맛있는 녀석들'이 롱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다른 '조미료' 없이 오로지 먹는 데만 집중하는 것을 시청자들이 재밌게 보시는 것 같다"며 "4명의 조합도 사랑받고 있어 기쁘다"고 답했다.

간 마부터 낫토까지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늘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김준현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먹방'을 실현해왔고 요새도 다양한 실험을 한다. '맛있는 녀석들'을 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밥상에 다가가게 됐다"고 자랑했다.

김민경에게는 '홍일점'이라서 더 섬세하게 발달한 미각이 있느냐고 물으니 '초딩 입맛'이라면서도 "방송을 하면서 가리는 음식이 없어지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준현은 "우리보다 새로운 맛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겠다"며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매번 경이로운 '한입만'을 보여주는 문세윤은 "사실 준현 형이 입이 더 큰 것 같은데 제가 좀 더 리듬감 있게 먹어서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사실 가장 먹보이자 뚱보는 민상 형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자꾸 우리에게 뚱뚱하다고 놀리는데 '대왕돼지'는 자신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의 먹방(먹는 방송)은 그 식당의 대표 메뉴만 맛보는 게 대부분이지만 4인방은 식당의 음식을 거덜 내고, 그것도 모자라 싸온 음식도 꺼내 식당 주인들도 혀를 내두른다. '맛있는 녀석들'이 코미디TV를 먹여 살리고 있지만, 거꾸로 식대 때문에 방송국이 망하는 것은 아닐지 농담 섞인 걱정을 하는 시청자도 있다.

이에 유민상은 "먹는 만큼 버는 것도 있으니 수입과 지출이 비슷하지 않을까요"하고 되물었다. 문세윤은 "요새는 저희가 많이 안 먹으면 식당 사장님들이 서운해할까봐 더 시킨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들도 인간이니(?) 한계치는 있기 마련이다. 방송 전에 몇 끼를 굶는 등 많이 먹기 위한 현실적인 팁이 있느냐고 묻자 4인방은 "너무 공복이면 오히려 많이 못 먹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준현은 "위를 늘려줘야 많이 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현과 문세윤은 특히 '먹는 것'에 대한 철학도 남다르다고 4인방은 입을 모았다. 4인방은 매번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지만 절대 지저분하게 먹지 않는다. 식탁도, 그들의 그릇도, 입가도 깨끗하다. 한입에 '앙' 하고 음식을 깔끔하게 털어 넣는 모습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밥상 예절을 그렇게 배웠어요. 또 먹을 때는 후루룩 먹는 것에만 집중해야 좋죠. 요새 한 숟갈 뜨고 스마트폰 보는 사람들을 보면 혼내주고 싶어요."(김준현)

"밥 한 공기를 먹을 때도 반찬이 묻지 않도록 정리하면서 먹어요. 그래야 수저를 뜰 때마다 계속 새롭게 먹는 것 같기 때문이죠."(문세윤)



'맛있는 녀석들'은 최근 먹방 본연에 집중하되 새로운 시도를 많이 곁들이며 롱런을 꾀하고 있다. 개그맨들이니만큼 중간중간 콩트를 곁들이거나 멤버별 특집, 운동회 등 작은 포맷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가장 최근에는 사연을 추첨해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을 찾아가 한 끼를 같이 하는 '혼밥특공대'가 호평받고 있다.

김민경은 "처음에는 가서 전혀 모르는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걱정도 했는데 막상 가니 제가 오히려 '힐링' 되더라. 뭉클하고 따뜻했다"고 말했다. 유민상은 "내가 '고민상담사' 역할인가 하고 갔는데 서로 똑같더라. 결국은 '둘 다 힘냅시다'로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4인방은 앞으로 '맛있는 녀석들'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것을 묻자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맛집 옆집 특집' 해보고 싶어요. 사실 맛집 옆에 들어올 정도의 식당이면 웬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거든요. 먹어보면 실제로 맛있기도 하고요."(김준현)

"2년마다 찾아오는 MBC TV 예능 '무한도전' 가요제처럼 우리도 축제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제육대회'요. 돼지고기 축제죠. 가을에 떠나는 '야육회'도 좋고요. '무도 가요제'도 작게 시작해 축제가 됐듯이, '제육대회'나 '야육회'도 나중에 큰 지역행사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문세윤)

문세윤의 말에 김민경은 "'한돈' 광고 들어올지도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현재 '한돈'의 광고 모델이 누구냐고 물었다. 배우 조정석과 나라라고 알려주며 두 사람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되물으니 "그럼 좀 어렵겠다"며 일단 후퇴(?)했다.

그렇다면 '맛있는 녀석들'은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돼지대왕' 민상 형이 100세로 '서거'하기 전까지 하고 싶어요. 마지막회 '육개장 특집' 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면 되겠네요."(김준현)

동생의 다소 격한 농담에도 유민상은 "100세면 충분하다. 좋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인생에서 음식을 떼놓을 수 없는 4인방에게 가장 좋아하는 메뉴와 '인생 최고의 한 끼'도 물어봤다.

유민상은 육즙이 충만한 쇠고기와 보름간 다이어트 후 했던 식사를, 김준현은 돼지고기와 밤늦게까지 음주를 한 후 혼자 찾아간 24시간 음식점에서 먹었던 갈비를 꼽았다. 문세윤은 김치와 외국에 다녀와서 먹은 찌개를, 김민경은 잡채와 가난했던 시절 사 먹은 지하철역 할머니표 김밥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서 맛있는 음식이란 어떤 의미인지'도 물었다.

"주머니에서 꺼내서 항상 볼 수 있는 행복이요. 가까운 데서 찾을 수 있잖아요. 이 행복을 평생 건강하게 살면서 누리고 싶네요."(김준현)

"엄마가 해준 밥요. 항상 그립고 보고 싶어요."(김민경)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더 행복한 것요. 맛있는 음식은 널렸지만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중요하니까요."(유민상)

"하루에 세 번 꼭 받아야 하는 상(賞)요. 열심히 산 덕분에 밥상을 받는 거니까요."(문세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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