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로 또 압수수색당한 금감원…"침통·망연자실"(종합)
고위 임원·간부들 줄줄이 조사받을 듯…내일 신입직원 채용 필기시험
(서울=연합뉴스) 이 율 홍정규 기자 =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은 22일 감사원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고 지목한 금감원 서태종 수석부원장, 이병삼 부원장보, 이 모 전 총무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이들의 사무실과 함께 금감원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총무국, 내부 비리를 적발하는 감찰실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당시 채용 실무를 담당했던 인사팀 직원 5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도 가져갔다.
서 수석부원장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금감원 직원들은 "고개를 들 수 없다"거나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느냐"며 한탄했다.
감사원은 지난 20일 "금감원의 지난해 채용과정에서 모두 16명의 당락이 부당하게 바뀌었다"며 김수일 전 부원장과 서 수석부원장, 이 부원장보가 연루됐다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금감원장에게 이 전 국장은 면직하고 당시 인사팀장 등 3명은 정직, 직원 2명은 경징계 이상으로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가운데 현직 3명에 대해선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7월 6일 검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월 31일 변호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금감원 사무실 2∼3곳을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이 금감원에 특혜 채용된 사건이다.
사건에 연루된 김수일 전 부원장은 징역 1년, 이상구 전 부원장보는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금감원 일각에선 당사자들의 거듭된 소명에도 감사원이 무리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는 불만이 있지만, 이처럼 채용비리가 잇따르면서 조직이 흔들리자 "자성해야 할 때"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서 수석부원장, 이 부원장보, 이 전 국장은 물론 채용 업무와 관련이 있는 일반 직원들까지 줄줄이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감원 고위 임원 출신의 현직 금융지주회사 대표와 국책은행 간부가 채용 청탁에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금감원 임직원과 이들의연결고리가 밝혀질 경우 금감원은 전례 없는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전직 고위 간부는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억울하다고 할 때가 아니다"며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잘못을 고치는 모습을 보여야지, 억울하다는 목소리만 내세우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에는 현직 수석부원장 출신 아들이 입사 지원을 했는데 떨어졌다"면서 "당시 전화 한 통 받지 않았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채용할 때는 이 정도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금감원은 2018년도 신입사원 공채 1차 필기시험을 오는 23일 치른다. 2차 필기시험은 다음 달 21일 치러지며, 11월 중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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