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채용비리'에 금융지주사 대표·국책은행 간부 연루 의혹
감사원, 청탁자 관련 진술 확보해 검찰에 자료 제공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금융감독원 '채용비리'에 모 금융지주사 대표와 국책은행 간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청탁자 관련 진술을 확보해 검찰이 수사하는 데 활용하라고 자료를 제공한 사실이 22일 확인됨에 따라 이들이 실제로 금감원 임직원들과 함께 수사를 받을지 주목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 10월 말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 이모씨는 '지인'으로부터 "2016년 신입 직원 채용시험 지원자 A씨가 필기전형에 합격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하는 전화를 받은 뒤 담당자에게 메신저로 주민등록번호를 주고 합격 가능 수준인지를 물었다.
이 국장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은 뒤 3개 분야(경제·경영·법학) 채용예정 인원을 각 1명씩 늘리라고 지시했다.
A씨는 경제학 분야에 지원했는데, 필기전형 합격자는 채용예정 인원 11명의 2배수인 22명까지였고, A씨는 23위로 탈락할 상황이었다.
이 국장의 지시에 따라 A씨는 필기전형에 추가로 합격했고,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했다. 면접에서 이 국장은 A씨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
당시 부원장보였던 김수일 부원장은 채용인원을 늘릴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이를 허용했고, 서태종 수석부원장은 그대로 결재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당초 공개된 감사보고서의 각주에는 이 국장의 '지인'에 대해 "아는 사람한테 전화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누구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음"이라고 적혀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국장에게 전화한 '지인'이 금감원 임원 출신 모 금융지주사 의 대표이고, 이 국장이 채용인 원을 늘려줘 합격하게 된 A씨는 국책은행 간부의 아들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간부가 금감원 시험을 본 아들에 관해 금융지주사 대표에게 부탁했고, 금융지주사 대표가 이 국장에게 전화했다는 것이 감사결과의 요지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 작성 마무리단계인 소명절차 과정에서 이 국장이 청탁을 한 '지인'이 누구인지 진술했다. 하지만 민간인이라서 감사대상이 아니고, 이미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뒤라서 감사보고서에 담지는 않고, 수사에 활용하라고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해당 금융지주사 대표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금감원의 지난해 채용과정에서 A씨를 포함해 총 16명의 당락이 부당하게 바뀌었다"며 김수일 전 부원장과 서태종 수석부원장, 이병삼 부원장보가 연루됐다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통보하고 이 국장은 면직, 팀장 등 3명 정직, 직원 2명은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현직 3명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7월 6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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