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세요] '설원의 짜릿한 곡예' 프리스타일 스키

입력 2017-09-23 06:22
[알고보세요] '설원의 짜릿한 곡예'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에어리얼·스키크로스 등 '천차만별' 매력

한국 최재우 등 상위권 진입 목표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다소 막연한 느낌을 주는 이름의 '프리스타일 스키'는 스키로 설원을 누비는 것에 더해 '자유로운' 몸짓을 볼 수 있는 경기다.

흔히 접하는 알파인 스키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방식을 찾게 되면서 나온 종목으로, 1950년대 미국에서부터 발전된 것으로 알려진다.

공중돌기 같은 화려한 기술이 총동원돼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역동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올림픽에선 1988년 캘거리 대회에 시범종목으로 첫선을 보였고,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모굴, 1994년 릴레함레르 대회에서는 에어리얼이 정식 종목에 포함되는 등 확대돼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남녀 모굴·스키크로스·하프파이프·슬로프스타일·에어리얼에 총 금메달 10개가 걸려 있다.





◇ 어려운 이름·복잡한 느낌?…코스를 보면 차이가 보인다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들은 특수한 코스에서 스키를 타다가 공중 기술 등을 선보이는 게 대체적인 특성이다. 종류가 많고 이름도 단번에 와 닿지 않는 영어 단어이다 보니 어렵게 여겨질 수 있지만, 경기 장면에 나타나는 코스 모습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복잡하지 않다.

우선 바닥이 유독 올록볼록하다면 '모굴'이다. 모굴(mogul)은 높게 다져놓은 눈 둔덕을 뜻한다.

약 1.2m 높이 둔덕이 250m 코스에 뒤덮여 있고, 중간엔 두 차례 점프 구간도 있다. 코스를 빨리 통과하는 건 전체 점수에서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턴 기술과 공중 동작이 차지한다.





'에어리얼'에서는 슬로프 끝에 하나의 큰 도약대가 먼저 눈에 띈다. 도약대로 날아올라 착지하는 한 번의 연기로 점수가 매겨지는 특성 때문에 기계체조의 '도마'에 자주 비교되며, 기계체조 선수들이 많이 전향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선수가 슬로프를 타고 오다가 도약대에서 공중으로 떠 회전 기술을 선보인 뒤 착지하면 도약 높이나 거리, 공중 동작의 완성도, 착지까지 모든 요소를 포함한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하프파이프'는 말 그대로 '반으로 자른 파이프' 모양의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공중회전과 점프 등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올림픽 코스의 경우 반원통 너비는 19∼22m, 높이 6.7m다. 이 반원통 양쪽 끝을 오가며 내려오면서 연기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함을 더한다.

각기 다른 장애물이 여러 개 눈에 띄면 '슬로프스타일'이다. 레일이나 테이블, 박스 등 여러 기물과 점프대로 코스가 구성돼있다.

기물 위에 올라선 채 내려온다거나 연기를 펼치고 점프대에서 공중 동작을 선보인 뒤 착지해 매겨진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여러 선수가 한꺼번에 경주하듯 달리고 있다면 '스키크로스'다. 프리스타일 스키 중 유일하게 여러 선수가 동시에 출발한다. 주로 4명이 1개 조로 출발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서로 순위를 정한다.

다양한 지형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에서 속도감을 느낄 수 있고, 막바지엔 도약대를 뛰어넘어 내리막을 거쳐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승부의 향방이 급변할 수 있어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 최재우 등 안방서 '첫 메달' 꿈…에어리얼은 걸음마

프리스타일 스키는 북미나 유럽 등 서양 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이나 아시아 선수들에게도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체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동양 선수들이 개인기로 경쟁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소치 올림픽에서는 중국이 여자 에어리얼 은메달과 남자 에어리얼 동메달을 가져갔고, 일본 선수가 여자 하프파이프 동메달을 획득했다.

알파인 스키에서 아시아 국가가 단 하나의 메달도 가져가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도 역사는 길지 않지만, 평창에서 상위권 진입을 기대하는 선수들이 있다.

특히 모굴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미국 입양인 출신으로 이름이 알려진 토비 도슨(39) 감독의 지휘 아래 가장 크게 성장했다.

간판선수인 최재우(23·한국체대)는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서 내심 메달까지 노리고 있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5위에 오르며 혜성처럼 등장한 최재우는 이듬해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인 선수 최초 프리스타일 스키 결선에 진출했으나 결선에서 실격해 평창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여자 선수로는 서지원(23·GKL)이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듀얼 모굴에서 4위에 오르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슬로프스타일에서는 올해 월드컵 여자부에서 7위에 오른 이미현(23), 하프파이프에서는 김광진(22·단국대) 등이 대표주자다.

국내 도입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에어리얼은 평창 대회에서도 현실적으로 '첫 발걸음'에 의미를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마의 신' 양학선을 키워낸 조성동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기계체조 선수 출신 김남진(21·한국체대) 등이 선구자로 나섰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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