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소녀'는 없었다"…멕시코 '희대의 오보'에 충격(종합)
해군 "소녀 아닌 성인으로 추정…학생들 소재는 모두 확인"
총 사망자 273명…멕시코시티 곳곳 붕괴현장서 구조작업 계속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멕시코 강진으로 무너진 초등학교 건물 잔해 속에서 손가락으로 구조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어린 여학생에 관한 보도가 '오보'로 확인되면서 멕시코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21일(현지시간) AP·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이날 재학생들의 소재를 확인한 결과, 실종된 학생은 없다며 건물 잔해 속에 학생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했다.
앙헬 엔리카 사르미엔토 해군 차관은 "학교 교장과 함께 재학생들의 소재를 일일이 확인했으며 불행히도 숨지거나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으면 모두 집에 안전하게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잔해 더미 속에서 혈흔이 발견됐으며 이 외에 다른 증거들로 미뤄볼 때 누군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별은 모르지만 어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같은 발표에 한마음으로 소녀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던 국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건물 잔해 사이로 손가락을 겨우 내밀어 생존 사실을 알린 소녀가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 소녀의 구출 과정에 멕시코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기 때문이다.
특히 멕시코 국민은 TV로 생중계된 구조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소녀를 지진 참사 속 '희망의 아이콘'으로 여기며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이에 멕시코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까지 가세해 구조과정을 앞다퉈 보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소녀의 이름이 '프리다 소피아'이며 12세라는 내용까지 나왔다.
심지어 아우렐리오 누노 교육부 장관이 직접 현장에 나와 수시간동안 구조 작업을 지켜봤다.
그러나 학생 명단 중 '프리다 소피아'는 없으며, '프리다'라는 이름을 가진 유일한 학생도 집에 무사히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소녀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이틀째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한 대학생은 "그 소녀가 잔해에 깔렸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구조대가 소녀가 갇혀 있다고 한 장소에 산소탱크와 의식이 희미할 때 사용하는 약도 가져다줬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멕시코 최대 방송국인 텔레비사 방송 기자는 20일 밤 구조 작업을 지휘하는 해군 장성으로부터 소녀의 이름과 5명의 학생이 더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미엔토 해군 차관은 "소녀의 이름을 담긴 보도가 어떻게 나왔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보와 관계없이 학교 건물 잔해 속 혹시 모를 생존자를 찾기 위한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 학교에선 지진으로 건물 일부가 무너져내리며 어린이 19명과 어른 6명 등 총 25명이 숨졌다. 사고 발생 후 어린이 11명이 구조됐으며 이들은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당국은 성인 여성 1명이 더 잔해 아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학교 붕괴현장 외에 멕시코시티의 10여개 다른 건물 붕괴 현장에서도 생존자 구조를 위한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총 사망자는 273명으로 늘었으며 구조당국은 건물 잔해 등에서 지금까지 60여명의 생존자를 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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