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무이자 융자는 되고, 7천만원 이사비는 안된다?"

입력 2017-09-21 17:09
수정 2017-09-21 17:40
"5억원 무이자 융자는 되고, 7천만원 이사비는 안된다?"

반포 주공1단지 이주비 7천만원 제동 국토부 명령 '논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이사비 5억원 무이자 융자는 문제 없고, 그 이자에 상응하는 7천만원 이사비 지원은 안된다?'

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서울 반포 주공1단지 이사비 지원 논란에 대한 법률 검토 결과를 놓고 일부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이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 중인 현대건설이 조합 측에 제시한 '이사비 7천만원'을 문제 삼았다.

이 금액이 사회 통념상의 '이사비' 범주를 넘어서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는 도시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11조 5항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토부는 수일 간 법률 검토를 거쳐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건설사가 이사비 명목으로 제시한 금액 중 사회 통념상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이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시공사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러면서 "7천만원의 현금 이사비는 누가 봐도 순수한 이사비로 볼 수 없는 과도한 금액"이라며 "이에 대한 시정 명령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번 법률 검토를 시공사가 조합 측에 제시한 사업조건 가운데 과다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7천만원 이사비'에 대해서만 진행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조합 측에 제시한 이사비 지급 조건은 '5억원 무이자 대출' 또는 '7천만원 이사비 지급' 이다.

현금 5억원을 입주 때까지 공짜로 빌려주거나, 이 돈이 필요없는 사람에 대해선 그 이자에 상응하는 7천만원의 이사비를 현금으로 보전해줄테니 조합원이 '선택'하라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신용도를 감안해 가구당 5억원의 자금을 연 2.7%로 조달할 경우, 1년 이자비는 연 1천340만원이다. 이를 조합원 이주 및 공사 기간을 감안해 약 4년간 빌려준다고 보면 5천400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현대건설이 무이자 대출 대신 이사비 7천만원을 지급할 경우 조합원이 기타소득세 22%와 주민세 2.2% 등을 제외하고 가구당 실제 지급되는 돈(5천400만원)과 맞아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이주 시점에 조합원들의 전세자금 용도 등으로 빌려주는 통상 '이주비'도 조합원들이 대출을 받아가지 않는 경우에는 대출 이자 만큼 관리처분계획 때 분양대금에서 삭감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보전을 해준다.

대출을 받아간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은행 이자를 조합의 사업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가지 않은 조합원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반포 주공1단지에 총 권리가액의 40∼60%에 이르는 이주비 대출을 제시했다.

건설업계는 이번에 건설사가 보게 되는 대출 이자 손실을 대신해 '현금 7천만원'을 이사비로 제공키로 한 것이 문제가 된다면 '무이자 5억원 대출'도 이사비 명목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사비 7천만원'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무이자 이사비 5억원'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도 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지적하자 국토부는 뒤늦게 "이번 법률 검토 대상은 아니었지만 이사비로 제시한 무이자 대출 5억원도 '과도한 이사비'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앞으로 서울시 등 지자체 협의에 따라 현대건설이 제시한 '무이자 대출 5억원'도 제외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 측이 제시한 입찰 조건을 놓고 법률 검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권을 따내려고 민간 업체들의 벌이는 수주전에 정부가 개입한 것부터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법률 위반이나 시장 교란 행위 등을 적발해 시정 조치를 내리는 것은 조합원이나 계약자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사업권을 놓고 벌이는 업체의 영업전략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시공사 선정을 마친 부산의 한 재건축 단지 입찰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는 조합원들에게 3천만원의 이사비를 공짜로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3천만원 이사비도 '사회 통념상' 이사비 범주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인데 정부는 이들 단지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앞으로 재건축 수주전에서 많은 상호 비방과 민원이 제기될테고, 정부가 모든 사업 조건을 하나하나 비교해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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