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대북발언 역효과…비핵화합의 더 어려워져"

입력 2017-09-21 01:00
WP "트럼프 대북발언 역효과…비핵화합의 더 어려워져"

"北, 비핵화합의 의미 없다는 메시지 얻었을 것…미사일 더 발사할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유사시 북한을 '완전파괴'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로 인해 오히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더 하고 비핵화 합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날 북핵 전문가들을 인용한 해설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을 언급, "김정은 정권은 매일 국민에게 미국이 우리나라를 파괴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면서 "이제 북한 국민은 이런 말을 다른 출처로부터 듣게 됐다. 바로 미국의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또 "김정은 정권은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외부 정부를 차단한 채 미국의 위협이 핵무기가 필요한 모든 이유라고 국민에게 말한다"고 덧붙였다.

WP는 이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과 북한 국민 2천500만 명조차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WP에 "(트럼프 유엔 연설) 자료 화면이 북한의 관영TV에서 반복해서 방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 선임분석관 출신인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이라는 김정은 정권의 입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W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단 하나 분명한 메시지를 얻었을 것"이라며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 합의를 하는 게 의미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이란과의 핵 합의를 '부끄러운 합의', '최악의 일방적인 합의'로 묘사하면서 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을 들었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최근 "화염과 분노", "대북해법 장전" 등 일련의 대북 경고 발언의 수위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발언이 김정은을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라면, 이 발언들은 거의 확실하게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두연 한반도미래포럼 객원연구원은 WP에 "트럼프의 연설은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할 수 있는 구실이나 장려책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미사일 시험을 더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켓맨' 등의 표현을 통해 김정은을 악으로 묘사한 부분도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WP는 지적했다.

WP는 북한에서 김 씨 일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이단 행위'로 받아들여진다고 전제하면서 과거에도 이런 시도는 북한 기관원들의 즉각적인 반발만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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