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빠르고 안락한 'G70'…BMW3·벤츠C에 도전장

입력 2017-09-20 18:33
[시승기] 빠르고 안락한 'G70'…BMW3·벤츠C에 도전장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세계적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들에 (G70은)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앨버트 비어만 현대차 시험·고성능차 개발 담당 총괄, 9월 20일 G70 시승행사에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등이 주요 경쟁 차종이다"(황정렬 제네시스PM센터 전무, 9월 1일 G70 사전 언론 공개행사에서)

이들의 말처럼 지난 20일 출시된 중형 세단 G70은 현대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가 공개적으로 "프리미엄 독일 중형 세단을 잡겠다"며 내놓은 야심작이다.

2015년 11월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를 표방하며 출범한 제네시스의 라인업(상품군) 측면에서는 초대형(EQ900)과 대형(G80) 세단에 이어 좀 더 대중적인 중형·준중형 세그먼트(세부시장)에 진출했다는 의미가 있다.





20일 시승행사장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처음 만난 G70의 첫인상은 '날렵하게 잘 빠졌다'는 것이었다.

비교적 긴 후드(엔진룸 덮개)와 짧은 프런트 오버행(범퍼부터 앞바퀴까지), 약간 위로 들린 트렁크 끝단, 트렁크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지붕 윤곽선(루프 라인)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잘 다듬어진 '유선형 조각' 같은 느낌으로, 제조사의 의도대로 '고급스러움', '프리미엄' 이미지가 충분히, 성공적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제네시스 디자인의 정체성(아이덴티티)과 독창성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주관적 느낌일 수 있지만, 제네시스의 상징으로 앞면 중앙에 큼직하게 자리 잡은 '크레스트 그릴'이나 안쪽으로 얇은 두 줄 LED 주간주행등(DRL)이 들어간 헤드램프 등은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ㄴ'자 형태의 줄무늬 후미등(리어램프)은 BMW의 3, 5 시리즈와 많이 닮았다.G70의 외관을 접한 국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아반떼 스포츠 같다", "쏘나타와 닮았다", "인피니티 Q50과 흡사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G70의 폭발적 주행 성능을 경험한 뒤에는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졌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 역량에 디자인이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G70의 최상위 '3.3 가솔린 터보' 모델 중에서도 사륜구동(4WD)을 포함한 '풀 옵션' 차량이었다. 최대출력과 최대토크가 각 370마력(ps), 52.0kgf·m에 이른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도 4.7초에 불과하다.

이처럼 막강한 파워트레인(동력전달시스템) 덕에 도로 위에서 조금만 가속 페달을 밟아도 속도계 바늘은 시속 100㎞를 훌쩍 넘어섰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엔진 성능을 맘껏 발휘하면, 시속 300㎞ 이상 속도를 충분히 낼 수 있지만, 타이어 사양에 맞추기 위해 속도 제한을 270㎞ 선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속력뿐 아니라 제동력, 코너링(곡선주로 주행)과 승차감도 나무랄 데 없었다.

부드러운 운전과 안락함을 위해 탑재된 전자제어 서스펜션(ECS)과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R-MDPS), 곡선 구간의 차체 제어 능력을 키우는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시스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행 보조·지원 시스템 성능도 뛰어났다. 완만한 곡선 구간이 포함된 길에서 핸들(스티어링 휠)을 놓았지만, G70은 스스로 차선을 인식하고 일정 시간 자율주행 실력을 뽐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스포츠 모드'로, 오른쪽 기어 옆 다이얼을 돌려 이 주행 모드를 선택하자 운전석 시트가 자동으로 등과 옆구리에 밀착되며 고속 주행 시 충격에 대비했다.

이 모드에서는 RPM(분당 엔진 회전수)이 기본적으로 3천을 웃돌았고, 끊임없이 차가 '으르렁'댔다. 실제 배기음과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스피커로 전해지는 인공 배기음의 조화가 돋보였다.

G70의 음성인식 내비게이션도 매우 유용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I(아이)' 기반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됐는데, "길 안내", "카페 XX", "(검색결과 목록의) 네 번째", 단 세 단어만으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이 G70 가솔린 3.3 터보 풀옵션 모델의 가격은 5천180만 원이다.

같은 세그먼트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인 BMW3 시리즈와 비교하면, 같은 최고급 가솔린 모델 '330i M 스포츠패키지'의 가격(5천590만 원)보다 400만 원 이상 싸다.

하지만 배기량(3천342ℓ)과 최대출력(370마력)에서는 오히려 G70이 330i M 스포츠 패키지(1천998ℓ·252마력)를 앞서는 만큼, 일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는 우위에 있는 셈이다.

종합적으로 이 정도 성능과 가격이라면, 강력한 주행 성능의 중형 세단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 후보' 목록에 G70도 독일 브랜드 모델들과 함께 충분히 이름을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hk99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