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트럼프 초강경 발언 의미 제대로 읽고 대처해야

입력 2017-09-20 18:34
[연합시론] 트럼프 초강경 발언 의미 제대로 읽고 대처해야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한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강력한 힘과 함께 인내심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자신이나 동맹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자신과 북한 정권에 대한 자살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도 했다. '화염과 분노', '군사적 해법 장전' 등 앞서 한 강경 발언들보다 훨씬 수위가 높아 보인다. 유엔 193개 회원국 지도자와 대표 앞에서 북한에 가장 센 표현으로 분명하게 경고한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인 언급이 아니라 정교하게 준비된 연설문으로 담아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의견을 넘어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데뷔 무대이기도 한 이날 연설에서 이른바 '불량국가(Rogue Nation)'를 하나하나 꼽아가며 비판하면서 가장 먼저 북한을 언급했다. 그만큼 북한 핵 ·미사일 도발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약 5분가량 이어진 북한 관련 연설 내용은 전체적인 흐름을 따져보면 북한 문제 해결에서 유엔의 역할을 강조하고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하는데 방점이 찍혔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 연설 끝 부분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지금은 북한이 적대적 행위를 중단할 때까지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키는데 모든 나라가 동참할 때"라는 말로 북한관련 연설을 마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북한 완전 파괴' 언급이 더 주목받은 것은 지금까지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 중 가장 강도가 센 데다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군사적 옵션을 얘기하는 빈도가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GSC)의 로빈 랜드 사령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유엔 연설 직후 "우리는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예열 필요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포린폴리시가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하면서 "미국은 준비가 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분명하게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것은 유엔의 일이자 유엔의 존재 이유로 유엔이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그간의 말폭탄 연장선에 있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의 한 당국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워딩은 언제나 강하다"면서 "표현 그 자체를 과도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수위 발언에도 지금 당장은 이런 판단과 분석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궁극적으로 군사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작더라도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흐름은 분명하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 방안이 존재한다'고 밝혔지만 우리 측은 이를 "보도를 통해 처음 들었다"고 한다. 한미 당국자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미국에서 어떤 군사적 옵션이 검토되는지 손바닥 보듯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만 예기치 못한 사태를 피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속에 제재와 압박만 언급됐지 북한과의 대화는 한마디도 들어있지 않은 점을 주의 깊게 보고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