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10개월 수사·재판 수난…기사회생 '오뚝이 보은군수'

입력 2017-09-21 11:47
2년10개월 수사·재판 수난…기사회생 '오뚝이 보은군수'

보안등 수사 이어 선거법 굴레도 벗어…현안사업 탄력 기대

3선 도전 길 트였지만 "지금은 일하는 게 중요" 즉답 피해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가 21일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90만원을 확정받으면서 2년 넘게 자신을 얽어맸던 선거법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당선이 무효되지만, 그렇지 않은 정 군수는 남은 임기를 무사히 채우게 됐다.

재선인 정 군수의 정치인생은 한마디로 수난의 연속이다.

첫 시련은 군수 3년 차에 접어들던 2012년 12월 시작됐다. 충북지방경찰청은 보은군의 보안등 교체사업과 관련, 그가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적용, 그를 입건했다.

이 사건은 10개월 넘는 장기수사를 거쳐 이듬해 11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끝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됐다.

한숨 돌리는 듯했던 그에게 이번에는 선거법 위반 족쇄가 채워졌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자신의 업적과 포부 등이 담긴 책 출판기념회를 위해 주민 4천900여명에게 초청장을 보낸 게 문제가 됐다. 수사과정에서 지역 주민 10명에게 모두 90만원의 축부의금을 건넨 혐의도 추가됐다.

경찰은 선거 기간 군수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바싹 조였고, 그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고 여론전을 펴면서 정면승부를 걸었다. 수사 당국이 미운털 박힌 자신을 찍어내기 위해 표적수사 한다는 거친 항변이었다.

결국 지루한 수사는 1년 가까이 이어졌고, 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상 죄질이 무겁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군수직 상실 위기에 놓인 그는 변호인을 보강하는 등 본격적인 법정 다툼에 나서 2015년 7월 항소심서 벌금을 90만원으로 감형받아 기사회생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검찰 상고로 이뤄진 대법원 선고가 2년 넘게 지연되면서 정 군수는 '선거법 위반' 족쇄를 찬 채 임기 대부분을 보내야 했다. 군청 안팎에서도 수장의 운명을 결정할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미심쩍은 시선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봤다.

그러고는 임기를 9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그는 마침내 굴레를 벗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정 군수는 판결 소식을 접한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을 존중한다. 끝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주민의 성원 덕에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군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랜 수사와 재판과정에 대해서는 "돌이켜보면, 정말로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날이었다. 할 말은 많지만, 지난 일들은 가슴에 묻겠다"고 말을 아꼈다.

군청 안팎에서도 이번 판결이 조직안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보은군청의 한 간부 공무원은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면서 조직이 어수선했는데, 이번 판결로 혼란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군수께서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속리산복합휴양관광단지 조성과 스포츠 마케팅 사업 등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회단체를 이끌고 있는 주민 최모(65)씨도 "그동안 군수직 유지를 두고 말이 많았는데, 모든 것이 해결된 만큼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그의 3선 도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칠순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군정을 펼치면서 표밭을 관리해온 만큼 3선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그는 "남은 임기 발등에 떨어진 현안사업부터 마무리하는 게 급하다"며 "3선 출마 여부는 임기 막바지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