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국정원 문건 내 지침 대부분 실행됐다"

입력 2017-09-20 15:21
수정 2017-09-20 16:14
MBC노조 "국정원 문건 내 지침 대부분 실행됐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해당 문건에 담긴 내용 대부분이 MBC에서 그대로 실행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문건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지침대로 실행됐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 18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인 2010년 2월 국정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등 2건의 문건을 작성,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MBC 관련 문건은 신임 사장 취임을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 간부진 인적쇄신·편파프로 퇴출(1단계) ▲ 노조 무력화·조직개편으로 체질변화 유도(2단계) ▲ 소유구조 개편 논의로 언론 선진화 동참(3단계) 등 세부 추진 방안을 담고 있다.

MBC노조는 "2010년 3월 김재철 사장 취임 후 임원 인사가 진행됐는데 국정원 기획에 따라 MBC 모든 관계사 사장에게 사표를 요구하고 지역사 19곳을 포함한 총 28곳 관계사 가운데 22곳의 사장을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2009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MBC노조 사무처장으로 활동한 최장원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지침에는 간부진 인적 쇄신도 있는데, 당시 방문진 이사장이 'MBC 논설위원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린 후 문건에 이게 반영됐고 당시 논설실장은 특집TF팀으로 발령이 났다"고 말했다.

MBC노조는 2010년 8월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불방, 같은 해 10월 '후플러스'와 'W' 폐지 등도 국정원이 계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PD수첩 제작진인 최승호 MBC 해직 PD는 "해당 보도의 방영이 예정된 2010년 8월 17일 갑자기 김 사장이 사전 시사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방송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보도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며 "법원의 결정을 뒤엎은 무리한 행위를 하게 된 배경에는 권력의 강력한 개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MBC노조는 "당시 국정원은 '노조 불응시 단협 해지를 통보, 원점에서 재협상하는 방안 검토'라는 계획을 세웠는데 사측은 국장책임제 폐지와 공정방송 조항 수정을 요구하더니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단협 파기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김연국 MBC노조 위원장은 "국정원이 과거를 반성하고 청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MBC 담당 국정원 요원들이 MBC 내부 인사 누구를 접촉해 무슨 말을 나눴는지를 기록한 일일보고서 원문을 모두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sujin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