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살인 붉은불개미 유입 비상…우리나라는 안전할까
해양수산개발원 "컨테이너 등 방역체계 미흡해 대책마련 시급"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최근 일본에 맹독성 붉은 불개미가 항만을 통해 유입한 사실이 확인돼 현지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도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하지만 방역체계에 구멍이 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일 공개한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광저우 난샤항을 출발해 고베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에서 특정 외래생물인 붉은 불개미가 발견됐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환경성이 붉은 불개미의 원산지와 정착국가를 오가는 항로에 있는 68개 항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베항 외에 나고야항, 오사카항, 도쿄항, 오카야마항에서도 붉은 불개미가 발견됐다.
도쿄항으로 유입한 붉은 불개미는 중국 광둥성 싼산항에서 처음 배에 실려 홍콩항에서 환적된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됐다.
오카야마항에서는 중국, 한국 등지에서 수송된 빈 컨테이너 내부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200마리 이상을 발견했다.
붉은 불개미는 남미 중부지역이 원산지로 현재 미국, 중국, 호주 등을 비롯한 환태평양 14개국에 유입해 정착한 상태다.
중국 광둥성 일대에선 2005년부터 붉은 불개미떼가 급속히 늘어나 닥치는 대로 사람과 가축을 공격하고 곡식을 먹어치워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고 홍콩으로 확산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맹독성을 가진 이 개미의 독침에 사람이 쏘이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사망할 수도 있다.
일본 생태계학회에 따르면 붉은 불개미는 개체 밀도가 높아 분포지역 주민의 약 30%가량이 물릴 가능성이 있다.
북미에서는 한 해 평균 8만 명 이상이 붉은 독개미에 쏘이며 100여 명이 사망해 '살인 개미'로도 불린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했다.
생태계를 파괴해 농가와 축산업에 악영향을 주고 전력설비 등을 망가뜨려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60억 달러(6조7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붉은 불개미 유입이 확인되면 피해 방지를 위한 철저한 방제와 지속적인 모니터링, 즉각적인 대응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만 검역체계에는 허점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월 1~2회 항만을 대상으로 병해충 예찰 조사를 하고 있지만 붉은 불개미 발견 시 조치사항은 규정에 빠져 있다.
또 주로 식물과 원목 등을 대상으로 예찰과 방역을 해 일본과 마찬가지로 컨테이너에 대한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 출발해 부산항에 도착한 선박에서 내려지는 빈 컨테이너 내부에 목재 부스러기와 흙 등 각종 쓰레기가 남은 경우가 많지만 아무런 검사나 방역 없이 그대로 장치장에 쌓아두거나 트레일러에 실려 외부로 반출되는 실정이다.
특히 붉은 불개미가 컨테이너를 통해 항만을 빠져나간 뒤에 발견될 경우에는 방제 주체가 모호해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지적했다.
항만을 벗어난 지역을 담당하는 환경부는 붉은 불개미를 생태계교란 생물 및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컨테이너를 통한 외래 생물의 유입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해양수산개발원은 검역법을 재검토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의 연계 네트워크를 강화해 유해 외래생물에 관한 정보 수집을 확대하고 주체별 행동지침을 명시하는 한편 방역 범위를 넓히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항만 내에서 유해 생물이 발견됐을 때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 국토교통부도 공조하는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아가 일본처럼 외래생물 방지 기본 방침을 설정하고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환경성에 전담부서인 '외래생물대책실'을 설치해 정보의 수집과 공유, 외래생물의 위험성과 방제 대책에 관한 대국민 홍보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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