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부모 65% "아이 더는 안 낳겠다"

입력 2017-09-20 11:03
수정 2017-09-20 16:52
이른둥이 부모 65% "아이 더는 안 낳겠다"

신생아학회, 부모 963명 설문조사…"이른둥이 재출산 걱정에 양육비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이른둥이(미숙아)를 둔 가정의 65%가 이른둥이 재출산과 과다한 양육비 부담 등의 이유로 아이를 더는 낳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둥이는 임신 기간 37주 미만에 태어난 미숙아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대한신생아학회(회장 김병일)는 지난 6∼7월 사이 이른둥이 부모 539명과 일반아 부모 424명을 대상으로 '신생아 양육 실태 및 부모 인식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른둥이 부모의 65%는 추후 출산 계획에 대해 "더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면 일반아를 둔 가정은 이런 응답이 50.4%로 약 15%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이른둥이 부모가 출산 계획을 포기한 이유로는 '향후 태어날 아기가 또 이른둥이일까 봐'(35.2%), '이른둥이 치료와 양육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커서'(33.9%) 등의 응답이 많았다.

실제로 이른둥이 가정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00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이는 도시근로자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약 442만원)보다 낮은 수치다. 맞벌이 부부 비율도 이른둥이 가정(32.3%)이 일반 가정(46.5%)보다 13.2% 포인트 더 낮았다.

이처럼 충분치 않은 소득 때문에 이른둥이 가정의 83.2%는 양육비 지출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이런 응답이 70.4%로 이른둥이 가정보다 13.2% 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자녀에게 지출하는 연평균 비용은 이른둥이 가정에서 200만∼500만원이라는 응답이 20.8%로 가장 높았던 반면 일반아 부모는 50만∼100만원이라는 응답이 19.7%로 가장 높아 큰 차이를 보였다.

이른둥이 자녀에 대한 연평균 지출비용으로는 의료비(38.8%), 식비(32.2%), 보육·교육비(15.8%)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의료비 지출만 보면 500만원 이상 30%, 50만∼100만원 26.1%, 50만원 이하 24.9%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일반아 부모는 식비와 보육·교육비(각 34.8%), 의료비(11.7%) 순으로 지출이 컸다.

자녀 양육에 대한 시간적 부담도 이른둥이 부모가 더 심했다.

이른둥이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시간은 주중과 주말에 각각 18시간, 20시간이었던데 비해 일반아 부모는 각각 15시간, 18시간이었다. 이른둥이 부모가 자녀 양육에 주중과 주말 모두 2∼3시간을 더 쓰는 셈이다.

김병일 회장(분당서울대병원)은 "이번 조사를 보면 이른둥이 출산이 여성의 경력 단절과 가정 소득 감소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이른둥이 출산이 신생아 100명당 7명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늘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 주요 구성원으로 함께 키운다는 국가적 차원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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