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필리핀 두테르테, 정적과 부정축재 의혹 공방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아들의 마약밀수 연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부정축재 여부를 놓고 야권의 대표적 정적과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과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이 상대방의 자산 은닉 의혹을 제기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처음 포문은 연 것은 트릴라네스 의원이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과거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할 때 20억 페소(444억 원) 이상을 은행에 숨겨놨다며 계좌 공개를 요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며 계좌 공개도 거부했다. 그는 "내가 왜 당신을 즐겁게 해야 하느냐"며 "증거를 찾고 싶으면 찾아보라"고 응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히려 트릴라네스 의원이 여러 해외 은행계좌에 돈을 숨겨놓고 있다고 역공을 펴며 일부 계좌번호를 공개했다.
그러나 한 계좌번호가 트릴라네스 의원의 해당 은행 확인 결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릴라네스 의원을 잡으려고 꾸며낸 계좌라고 인정했다. 트릴라네스 의원을 떠보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다.
앞서 트릴라네스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들 파올로와 사위 마나세스 카피오의 은행계좌에 수상한 뭉칫돈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바오시 부시장인 파올로는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64억 페소(1천423억 원) 규모의 마약이 밀수되는 데 뇌물을 받고 도와줬고 여기에 카피오가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상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지만, 이들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트릴라네스 의원은 청문회에서 파올로 부시장이 중국계 국제 폭력조직인 삼합회의 조직원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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