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트럼프 제안 유엔개혁 지지 안 해"…美 개혁안에 제동(종합)
푸틴은 유엔 총회 참석 대신 러-벨라루스 훈련 참관하며 무력 과시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개혁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18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유엔 총회 러시아 대표단원인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개혁) 선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개혁안은 국제 현안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을 실행하는 것에 가깝다"며 "유엔 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막후에서 연합을 결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슬루츠키 위원장은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현재 논의 과정에 사실상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 총회 유엔 개혁 관련 고위급 회의에서 비효율적 예산집행 문제를 지적하고, 공평한 분담금을 주장하며 강력한 개혁을 촉구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듯 유엔의 관료주의를 질타하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개혁안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대로 유엔 개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보란 듯 유엔 총회를 제치고, 지난 14일 시작된 러시아-벨라루스의 연합 군사훈련 '자파드 2017'(서부 2017)을 참관했다.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러시아 북부 레닌그라드주(州)의 '루쥬스키 훈련장'에서 실시된 훈련을 지켜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에스토니아 국경에서 약 113㎞ 떨어진 훈련장에 나타나 약 45분간 훈련을 참관했다고 전했다.
이날 훈련에선 국경을 넘어와 경비행기 등을 탈취해 테러와 유격전을 벌이려 시도하는 가상의 테러 조직원 수천 명을 제압하는 시나리오가 연출됐다.
공수부대를 포함한 진압군은 지상과 공중의 가상 적을 퇴치하기 위해 탱크와 전차, 대공 미사일, 전투기 및 폭격기 등의 막강한 화력을 동원했다.
이날 훈련은 '연합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양국이 14~20일 러시아 내 3개 훈련장과 벨라루스의 6개 훈련장에서 실시하는 연합 군사훈련의 일환이었다.
러시아는 이번 훈련의 주된 목적이 대(對)테러전 연습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서방은 러시아에 이웃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에 대한 위협 훈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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