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아쉬움 "친구들과 빅리그에서 같이 뛸 수 있었는데…"
동기생 류현진·김현수·황재균과 올 시즌 뛸 기회 무산
(광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미국행이 가로막히면서 '1987년생 동기들과 추억'을 쌓을 기회도 사라졌다.
19일 광주에서 만난 강정호는 "친구들과 빅리그에서 함께 뛸 수 있었는데…"라고 아쉬워하며 "내 잘못으로 기회를 잃었다"고 했다.
강정호의 동갑내기 친구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현수(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올해 빅리그에서 뛰었다.
류현진과 황재균은 강정호와 같은 1987년생이고, 1988년 1월생 김현수는 같은 해 학교에 입학했다.
이들은 2006년 KBO리그 무대에 데뷔했고, 꿈꾸던 메이저리그에도 진출했다.
그 사고만 없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KBO리그 출신 한국인 동갑내기 친구 4명이 동시에 활약하는 역사적인 장면도 연출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음주 운전 사고를 낸 탓에 미국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올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15년 6월 어깨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올해 재기에 성공했다. 8월 25일 피츠버그와 경기에 선발 등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강정호는 없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강정호와 함께 프로생활을 시작한 황재균은 올해 미국 무대에 도전했고, 빅리그 무대도 경험했다.
김현수는 2년째 빅리그에서 뛰었다.
2015, 2016년 피츠버그 주전 내야수로 활약한 강정호가 올해도 자리를 지켰다면 '코리언 메이저리거의 역사'는 풍족해질 수 있었다.
타지에서 동갑내기 친구들의 경기장 안팎에서 만드는 추억은 더욱 남달랐을 것이다.
강정호는 "아쉽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였다.
강정호의 마음을 잘 아는 친구들은 굳이 자주 연락하지 않았다.
강정호는 "친구들도 바쁘니까, 아주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친한 사이니까,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서로의 마음을 안다"고 했다.
황재균은 국내 복귀를 택했다. 김현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강정호는 비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가장 화려할 수 있었던 1987년생 친구들의 2017년이 이렇게 지나간다.
강정호에게는 후회와 반성, 아쉬움이 가득한 한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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