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천국' 토이저러스의 몰락…법원에 파산보호신청(종합)

입력 2017-09-19 15:50
'장난감 천국' 토이저러스의 몰락…법원에 파산보호신청(종합)

부채 감당 못해…마텔·해즈브로 등 완구업계 후폭풍 촉각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최현석 기자 = 미국의 대형 완구 체인인 토이저러스(Toys"R"Us)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는 올해 들어 페이리스(신발), 짐보리(아동복), 퍼퓨매니아(향수)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체인이 온라인 업체의 약진 등에 눌려 파산보호신청을 낸 데 이은 것이다.

1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토이저러스는 막대한 부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1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파산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토이저러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4억 달러(약 4천522억 원)의 부채를 재조정하고 군살을 뺀 기업으로 재출발하려는 노력이다. 소식통들은 토이저러스가 파산보호를 앞두고 관재인도 선임했다고 말했다.

토이저러스는 JP모건 체이스가 주도하는 은행단과 특정 대출업체로부터 기업 회생 절차를 돕기 위한 이른바 'DIP' 금융(debtor-in-possession loan) 30억여 달러(3조3천915억여 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토이저러스가 법원에 신고한 자산과 부채는 각각 10억 달러였다.

토이저러스 대변인은 향후 사업에 어떤 것이 최선인지를 기준으로 점포 폐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파산 신청에도 전 세계 점포가 당분간 정상 영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이저러스 캐나다는 온타리오 고등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할 예정이지만, 별도 법인인 255개 아시아 지역 매장과 합작투자사 등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지역의 사업장은 파산보호 신청 대상이 아니다.

1948년 설립된 토이저러스는 1996년 만든 유아용 베이비저러스 점포를 포함해 전 세계에 1천600개 점포를 가진 대형 완구체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십여 년 전 차입매수방식(LBO)에 의한 인수합병이 남긴 막대한 부채 때문에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LBO란 M&A 대상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합병한 뒤 회사 자산을 팔아 이를 되갚는 것을 말한다.

2005년 베인 캐피털과 사모펀드 KKR, 보나도 부동산 신탁은 LBO를 통해 토이저러스를 75억 달러에 인수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했다.





블룸버그 인털리전스의 애널리스트인 노엘 허버트에 따르면 토이저러스는 인수가 이뤄진 뒤 한동안 보유금의 절반을 이자 상환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점포 확장과 판촉, 온라인 사업의 성장을 꾀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완구업계 애널리스트인 짐 실버는 파산보호 신청에 대해 "지난 15년에 걸친 재정적 문제가 누적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됐다"고 논평했다.

바비와 피셔프라이스를 거느린 마텔(Mattel)과 보드게임 및 완구제조업체 해즈브로(Hasbro)를 포함한 납품업체들은 토이저러스부터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얼마 전부터 공급을 줄여왔다. 그 여파로 마텔의 주가는 18일 6.2%나 급락하기도 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 같은 신용평가기관들도 서둘러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S&P는 18일 토이저러스에 최저등급에서 겨우 3단계 위인 'CCC-' 등급을 매겼다.

대형 완구 체인의 파산은 가뜩이나 고객 감소와 아마존의 위협으로 폐점을 늘리고 있는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계에는 다시 한번 당혹감을 안기게 될 전망이다.

토이저러스의 파산이 어린이들이 전통적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을 선호하는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덴마크의 세계적 완구 업체인 레고는 올해 상반기 매출과 이익감소로 전 세계 종업원 약 1만9천 명 중 8%에 해당하는 1천400명을 감원하고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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