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도우파, 내년 총선 앞두고 주도권 다툼 본격화
베를루스코니 "우리가 우파 원조" vs 살비니 "내가 총리 후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6월 치러진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연대하며 압승을 거둔 우파 정당들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주도권 다툼에 들어갔다.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끌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0) 전 총리는 17일 로마 근교 피우지에서 열린 FI의 회합에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주요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정치 일선 전면 복귀를 위한 의지를 다졌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중도 우파가 대승을 거둘 것이라 예상한다"며 오는 11월에 나올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 상관없이 총선을 위한 선거 운동을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체와 미디어그룹, 축구단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3차례 총리를 역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추문 속에 2013년 탈세로 유죄 판결을 받고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우파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압승을 견인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2013년 탈세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됨에 따라 공직 진출이 금지된 그는 이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고,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유럽인권재판소가 내 명예를 완전히 회복시켜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해, 재판 결과에 따라 총리 후보로 직접 등판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언론 재벌답게 이미지에 민감한 그는 정치 전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올 여름 강도 높은 운동과 식이요법을 감행한 덕분인지 부쩍 젊어진 모습으로 이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FI가 또 다시 집권할 경우 단일 세율을 도입하고, 상속세를 폐지하고, 연금 하한선을 올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주부들에게도 연금을 주고, 빈곤 가정에 대한 지원도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호시탐탐 우파 진영의 '원톱' 자리를 노리는 마테오 살비니 북부동맹(NL) 대표를 비롯한 정치적 맞수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친 EU 온건파'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그는 반(反)유럽연합(EU)을 주장하는 살비니 대표를 겨냥해 "이탈리아는 유로존을 떠나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우리가 바로 중도 우파를 창설한 원조이자 지도자"라고 강조, 우파의 지도자임을 자칭하고 있는 살비니 대표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난민과 이민자에 반대하는 극우 성향의 살비니 대표는 이날도 북부 이탈리아의 폰티다에서 지지자들을 불러모아 대규모 집회를 열고 내년 총선에서 우파 연대의 총리 후보는 자신이 돼야 한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살비니 후보는 또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을 위한 공약으로 치안 강화를 위한 경찰 권한 대폭 확대, 시민들의 투표로 판사 직접 선출, 반(反) 파시즘법 폐지 등을 제시했다.
한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단일 정당으로는 현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의 총리 후보로 유력한 루이지 디 마이오(31)에 대해서는 "그는 경험이 일천한 '운석'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또, 유럽 전역에서 좌파 진영이 퇴조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하며,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 가능성도 일축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발표한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정당 지지율에 있어 오성운동이 28.1%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26.8%)이 근소하게 뒤를 잇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와 살비니가 이끄는 FI와 NL는 각각 13∼14%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우파 연대의 또 다른 축인 이탈리아형제당은 4.8%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따라서 우파가 똘똘 뭉칠 경우 오성운동과 민주당을 여유 있게 따돌릴 것을 전망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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