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의회, 美 정부 대북 군사옵션 발언 강하게 비판
상·하원 지도부 "막다른 골목 도달한 징후, 광대극" 비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 정부 고위인사들이 북핵 문제의 군사적 해결 가능성을 잇따라 언급한 데 대해 러시아 의회 지도부가 비판의 날을 세웠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대북 군사옵션 발언은 "유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코사체프 위원장은 "군사적 해결은 있을 수 없다"면서 "만일 어떠한 (대북) 군사작전이라도 실행되면 북한은 보유한 가능성(핵전력)을 사용할 것이며 이는 역내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아주 슬픈 일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틸러슨의 발언은 진정한 유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앞서 이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단 하나 남는 것은 군사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의회 인사들은 같은 날 역시 군사옵션을 거론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도 강하게 비난했다.
상원 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이자 국방·안보위원회 위원인 알렉세이 푸슈코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결과를 숙고하지 않은 대북 전쟁 개시 위협과 같은 헤일리의 히스테리는 미국이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다는 징후"라면서 "미국은 전쟁의 대가에 대해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상원 안보·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프란츠 클린체비치도 "미국의 위협은 광대극"이라면서 "전쟁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하는 산책이 아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도발을 계속하는 것은 아주 심각한 어려움을 조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 블라디미르 샤마노프도 헤일리 대사의 '북한 제거' 발언에 대해 "미국은 실제로 북한을 제거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들이 다른 행성에서 살려고 하지 않는 한 (헤일리의 발언은) 국제사회의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강대국의 무책임한 성명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은 거의 소진됐다"며 "가능성 있는 모든 방안을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테이블 위에는 군사옵션도 많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북한이 무모한 행동을 이어간다면 어쨌든 미국은 스스로와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북한은 제거될 것"이라고 군사옵션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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