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유일 위안부 피해자 사는 보은, 소녀상 건립 '봇물'
소녀상 내달 13일 뱃들공원서 제막…학교 3곳에는 '작은 소녀상'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유일의 위안부 피해자가 거주하는 보은군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 붐이 일고 있다.
군민 성금으로 제작된 소녀상이 내달 13일 보은읍 뱃들공원에 세워지는 것을 계기로 일선 학교에도 소녀상의 축소판인 '작은 소녀상'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보은 소녀상 건립은 지난 5월 200여곳의 시민단체가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상임대표 구왕회 보은문화원장)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속리산 기슭에서 60여년째 은둔생활을 하는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할머니의 존재가 결정적 배경이 됐다.
1924년 일본군에 끌려가 2년 넘게 '생지옥'을 경험한 그녀는 광복 후에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속리산에 정착해 굴곡진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자신과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30여년째 대문 앞에 태극기를 내거는가 하면, 몇 해 전 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 등을 모은 돈 2천만원을 보은군민장학회 인재양성자금으로 쾌척, 주민들을 감동시켰다.
그녀의 기구한 삶이 전해지면서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에는 군민성원이 이어져 불과 석 달 만에 8천만원이나 되는 큰돈이 모아졌다.
코흘리개 어린이부터 이 할머니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암울한 역사를 경험한 백발의 노인까지 앞다퉈 모금 대열에 동참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학생회를 주축으로 모금활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구 대표는 "애초 5천만원을 목표로 잡았는데, 순식간에 이보다 1.5배 많은 성금이 모아졌다"며 "자금 여유가 생기면서 다양한 부대사업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추진위가 선택한 부대사업 중 하나는 '작은 소녀상' 보급이다. 실제의 4분의 1 크기로 제작된 이 소녀상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김운성 작가 작품이다.
지난 13일 충북생명산업고교에 이어 19일 보은고등학교에 전달됐고, 이달 중 보은여중고교에 3번째 작은 소녀상이 만들어진다.
작은 소녀상은 이들 학교 중앙 현관에 자리 잡았다. 학생들이 오가면서 아픈 역사를 되새기자는 의미에서다.
김은지(18) 충북생명산업고교 학생회장은 "소녀상이 역사의 한 페이지처럼 자리하면서 현관 출입이 엄숙해졌다"고 말했다.
내달 13일 뱃들공원에서 열리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도 성대하게 준비된다.
이 할머니가 증언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미국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위원으로 활동한 마이크 혼다 전 연방 하원의원도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한다.
추진위는 이 할머니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소녀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 할머니 흉상도 세운다는 계획이다.
최윤식 집행위원장은 "소녀상 건립을 누구보다 반기는 이 할머니가 현장에서 일본의 만행을 상세하게 알릴 예정"이라며 "하루고 거르지 않고 부국강병을 기원한다는 그녀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흉상제막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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