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라지만…인도는 책·신문 등 출판업 활황

입력 2017-09-18 10:59
인터넷 시대라지만…인도는 책·신문 등 출판업 활황

국내파 작가 작품 인기, 힌두어 등 비영어 신문 구독 증가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인터넷 보급으로 세계적으로 서적과 신문 등의 종이 미디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인도만은 예외다. 경제발전으로 크게 늘고 있는 도시 중산층과 호기심 넘치는 지방 젊은이들이 늘면서 출판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다.

"2번째 작품의 인세 수입에 용기를 얻어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전념하기로 했다"

은행원으로 일하다 전업 작가로 변신한 아미슈 트리파티(42)는 전업 작가가 되기로 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인도 출판계의 활황을 상징하는 대표 작가다. 힌두고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영어로 집필한다. 시바 신을 주인공으로 쓴 "시바 신 3부작"은 애초 "촌스럽다"는 이유로 20개 이상의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절당했지만, 지금은 300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 셀러가 됐다. 독자 대부분은 젊은이들이다.

조사회사인 닐센에 따르면 인도 국내의 서적 시장은 3천641억 루피(약 6조4천263억 원)로 세계 6위 규모다. 2011년부터 매년 2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어권에서의 매출은 미국에 이어 2위다.



인도 출판시장은 그동안 영국 식민시대의 영향으로 유럽이나 미국 출판사가 주도해 왔다. 독서 인구도 주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엘리트층에 국한됐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시장 규모도 작아 "10여 년 전만 해도 5천 부 팔리면 베스트 셀러였다"는 게 출판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인도문학"으로 유명해진 사람들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성장했거나 이들 국가의 출판사가 발굴해낸 해외에서 팔리는 작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경제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트리파티 씨처럼 인도에서 성장한 국내파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외국 철학보다 토속 신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출판계가 비로소 '인도화' 하기 시작했다"는 게 트리파티의 분석이다.

인도 국세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1년 65%였던 인도의 문자해독률은 2011년 74%로 높아졌다. 13~35세 젊은 층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8천300만 명이 독서습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출판 컨설턴트인 비누사 마리아(40)는 "인도는 급성장 중인 젊은 국가"라면서 "지방도시에서 크게 늘고 있는 지식층의 지식욕과 열의가 붐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는 영어 외에 연방 공용어인 힌두어와 21개의 지방 공용어가 있다. "새로운 독서가"들은 영어 이외의 출판물을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용자가 많은 힌두어 출판물 신장률이 특히 높아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지만, 말라얄람(Malayalam)어와 벵골 어 등의 증가율도 두드러지고 있다.

중견 출판사인 "프라밧트 프라카샨"은 지난 5년간 매출액이 2배로 늘었다고 한다. 인터넷 통신판매 업체인 아마존을 통한 매출의 20% 이상이 그동안 별로 주문이 없던 지방도시로부터의 주문이다. 이 회사 퓨슈 쿠말 사장(45)은 "재미로 읽을 책은 모국어로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업계에서도 영어 이외 지방 공용어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출판물 판매 부수 등을 조사하는 ABC 인도협회의 5월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인도 국내의 신문 구독 부수는 2천만 부 이상 증가했다. 인도 상공회의소연합회 등의 작년 조사에서도 신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영자지만 보면 증가율이 4%에 그쳤다. 발행 부수 상위 10개지 중 영자지는 최대 일간지인 "타임스 오브 인디다"뿐이다. 5개는 힌두어 신문, 2개는 말라얄람어다. 90% 이상을 영어 외의 언어신문이 차지하고 있다.

비 영자지가 이처럼 위세를 떨치는 이유는 전기가 들어가지 않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지방이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인도는 아직 인터넷 이용자가 전체 인구의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인도 상공회의소연합회는 "영자지는 도시 독자가 많아 인터넷에 시장을 잠식당하지만 비 영자지가 읽히는 지방에서는 종이 신문의 인기가 높다"고 분석했다.

힌두어 최대 신문인 "다이닉 버스커"는 휴대전화 전용 앱에 지면을 매일 무료로 공개하고 있지만, 독자들은 그래도 종이신문을 산다고 한다. 부수는 공칭 500만 부. 매년 5%씩 늘고 있어 수자라트 주와 마하라슈트라 주 등 4개 주에 새로 인쇄거점을 설치했다.

이 신문의 카페슈 야그닉 편집장(54)은 "인터넷 환경이 갖춰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하고 "독자들은 뉴스에 목말라하고 있어 우리에게 신문불황은 아직 훗날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제회계그룹 KPMG인도의 기릿슈 메논은 "지방 신문산업에 인터넷 미디어가 영향을 미치려면 아직 3~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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