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보 갈증 美, 호주에 평양대사관 개설 요청했다 퇴짜"

입력 2017-09-18 10:24
"北정보 갈증 美, 호주에 평양대사관 개설 요청했다 퇴짜"

'좌절감' CIA, 강력 희망…호주 "실익 없다"며 2013~14년 연속 거부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미국이 핵심 동맹국인 호주에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 상주 대사관을 개설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이 18일 보도했다.

당시 미국 외교 및 정보당국은 북한의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심한 좌절감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중앙정보국(CIA)의 재촉으로 호주 쪽에 이런 요청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2014년 초 북한에 상주 대사관 개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도록 호주에 제의했고, 미국 국무부와 호주 외교부가 이 문제를 놓고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호주는 서울 주재 대사관이 북한 업무까지 담당하면서 필요하면 북한을 방문한다.

이처럼 미국 정보당국의 처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은 디 오스트리일리언 측이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토니 애벗 총리가 이끄는 호주 정부는 수용 의사를 갖고 외교부와 여러 차례 논의했으나. 이 안건은 각료회의에까지 오르지는 않았다.

미국 측 강력한 요청에도 줄리 비숍 외교장관이 이끄는 호주 외교부는 철저하게 자국의 관점에서 손익 분석에 착수했다.

북한에 대사관을 둔 우호국 정부들에게 문의한 결과, 평양 주재 대사들이 북한의 중요한 정책결정론자들을 만날 수 없고 연중 내내 감시를 받고 있다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또 북한이 호주의 대사관 개설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호주로서도 2008년 자진 폐쇄한 북한 대사관의 재개설을 허용해야 하는 점이 큰 고민거리가 됐다.

세계 각지의 북한 대사관은 외교관의 면책 특권을 이용해 범죄나 불법적인 돈벌이에 나서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2003년에는 북한 외교관이 개입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3천500t급 북한 선박 봉수호가 호주 해상에서 150㎏의 헤로인을 밀반입하다 적발된 바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호주 내에 북한 대사관이 다시 들어서게 되면 호주 정보당국으로서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호주 정부는 북한 문제에 관해 미국 정부와 그동안 긴밀하게 협력해 왔음에도 자국의 관점에서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호주 정부는 2013년 노동당의 줄리아 길라드 총리 시절에도 미국으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지만, 외교부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거부한 바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호주 외교부는 단순히 동맹국의 요청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설사 그것이 미국이라 하더라도 재원을 투입해 북한대사관을 개설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008년 재정상의 압박 때문에 호주대사관을 폐쇄한 북한은 2013년 초 대사관 재개설 의향을 밝혔으나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거부당한 바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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