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 독일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입력 2017-09-17 20:16
경기필, 독일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베를린 뮤직페스티벌서 대표곡 연주…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처음

(베를린=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7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주로 활동했던 독일 베를린의 콘체르트하우스 무대에 섰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베를린 뮤직페스티벌(Musikfest Berlin)이 마련한 '윤이상 데이' 행사의 초청공연으로, 아시아 오케스트라가 초청받기는 경기필하모닉이 처음이다.

경기필하모닉은 윤이상의 대표 교향곡인 예악(禮樂)과 무악(舞樂)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동양의 사상과 음악기법을 서양 음악어법과 결합하여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라는 평가를 가져온 곡들이다.

예악은 전통 궁중음악처럼 '박(拍)'을 치며 시작됐고 박은 곡의 형식을 나누는 역할을 했다. 서양 음악은 지휘봉의 움직임으로 음악의 시작과 진행을 알리는데 우리 음악의 지휘봉 역할을 맡는 것이 박이다.



전통악기 '생황(笙簧)'은 작품 전체에 독특한 음색을 부여하기도 했다.

예악은 1966년 독일 도나우에싱겐에서 초연됐는데 제례적이고 장엄한 의식을 표방해 윤이상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긴 작품이다.

무악 역시 한국적인 음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윤이상이 한국 음악의 역사에서 수천 년 동안 전승됐던 춘앵전(임금의 생일잔치 연에서 추던 꾀꼬리 춤)을 연상하며 이 곡을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꾀꼬리 춤을 추는 무용수와 이를 둘러싼 유럽 구경꾼들을 음으로 표현했다. 대비되는 두 그룹은 서로를 관찰하며 또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곡을 구성한다.

춘앵전을 추는 무용수가 오보에를 통해 형상화되는 점이 특징이다.

윤이상은 '다른 오케스트라 악기들(서양)이 유리 상자 안에 놓여있는 오보에(동양)를 살펴보는 것과도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념공연에서는 윤이상의 제자였던 도시오 호소카와의 작품도 연주하고, 소프라노 서예리가 협연했다.



윤이상의 딸 윤정 씨, 남경필 경기지사, 정기열 경기도의회의장, 이경수 주독일한국대사 등이 공연을 관람하고 경기필하모닉 단원들을 격려했다.

베를린 뮤직페스티벌은 2005년 시작된 음악축제로 다니엘 바렌보임, 쿠르트 마주어, 로린 마젤 등의 지휘자와 베를린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초청연주를 한 바 있다.

경기필하모닉 성시연(41·여) 단장은 "한국사람에 의해 연주되는 윤이상의 음악을 들려줬고 테크닉적인 해석이 아니라 한국의 정신이 부여된 음악을 들려줬다"며 "잊혀 가는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다시 무대로 불러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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