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4년간 통화내역 3천300만건 분석…통신수사 남용"

입력 2017-09-18 06:33
"수사기관 4년간 통화내역 3천300만건 분석…통신수사 남용"

이재정 "개인정보 무단 수집 우려…입법 정비·수사 관행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4년간 수사기관에 제공된 국민의 통화내역 자료가 3천300만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당국이 손쉬운 '통신수사' 방식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2013년도 이후 통신사실 확인자료 및 기지국 수사 제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에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제공된 전화번호 수는 3천347만3천759건으로 파악됐다.

'통신사실 확인자료'에는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가입 및 해지일 등이 담긴 '통신자료'와 달리 통화 시점·장소, 통화시간 등이 담겨 있다.

해당 전화번호를 쓰는 사람이 누구와 얼마나 연락했는지를 손쉽게 알 수 있는 자료인 셈이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가장 많이 넘겨받은 기관은 경찰로, 건수가 3천223만 3천437건(전화번호 수 기준)에 달해 전체의 96.3%를 차지했다.

이어 검찰(104만9천929건), 국가정보원(1만1천209건), 기타기관(17만9천184건) 등 순이었다.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 건수는 2013년 상반기 938만여건에서 매년 절반가량씩 줄어들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82만여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요청하는 문서 건수는 같은 기간 13만여건에서 15만여건으로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였다.

수사기관이 특정 시간대에 특정 기지국을 거쳐 이뤄진 통화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집해 분석하는 '기지국 수사' 정보도 여전히 한해 100만건 이상 수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지국 수사란 용의자를 특정하기 힘든 범죄나 동일 사건 단서가 여러 지역에서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이나 인근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 등을 추적해 범죄 수사망을 좁혀 들어가는 기법이다.

기지국 수사 정보는 2013년 1천500만여건에서 지난해 100만여건으로 줄었지만, 범죄와 무관한 불특정 다수의 전화번호와 통화 기록·정보까지 대거 수집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통신수사 남용으로 국민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수집되는데도 경찰청을 비롯한 정보·수사기관은 '수사기법'이라는 이유로 아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통신자료 제공 등 통신수사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있으므로 하루빨리 입법을 정비하고 수사편의주의에 길든 수사기관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2014년 4월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받을 때 법원 허가를 받도록 하라고 정부에 권고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이 영장주의에 어긋나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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