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9천380시간…'아름다운가게' 15년 산증인 정귀옥씨
안국동 1호점 개설 때 우연히 참여했다 40∼50대 인생 바쳐
"봉사활동은 세상을 보는 망원경…놀이터처럼 즐기면 돼요"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일상에서 사소하지만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15년이 되었네요. 마치 놀이터 같아서 세월이 흘렀는지도 몰랐어요."
17일 만난 아름다운가게 서울 서초점 '활동천사' 정귀옥(60)씨는 15년째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02년 종로구 안국동에 아름다운가게 1호 매장이 개설됐을 때부터 줄곧 활동천사로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활동천사로 불리는 봉사자들은 매주 하루 4시간씩 가게를 지킨다. 내부를 청소하고 기증받은 물건을 판매하는 등 일반 아르바이트생과 하는 일은 같다.
보통 1∼2년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정씨처럼 오랜 기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이달 6일 기준으로 정시의 누적 봉사시간은 9천380시간 30분이다. 아름다운가게 직원들도 인정하는 '장수' 봉사자다.
정씨는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는데 아름다운가게 1호점이 첫 기증품을 모을 당시 우연히 동참하게 됐다"면서 "주변의 흔한 물건으로 작지만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직원도 아니고,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데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나서자 주변에서 핀잔도 많이 들었다. 아름다운가게에 처음 나올 당시 한창 공부해야 할 고등학생이던 아들 뒷바라지가 먼저 아니냐는 얘기였다.
정씨는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자원봉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엄마가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이들도 봉사활동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인생의 4분의 1을 아름다운가게와 보내다 보니 세월과 함께 추억도 많아지고 깊어졌다.
40대 중반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60대에 접어들었다. 40∼50대를 오롯이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한 셈이다. 엄마를 따라 드나들던 꼬맹이가 어른이 돼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경우도 봤다.
정씨가 일하는 서초 매장은 아름다운가게 소속 직원 없이 자원봉사자로만 자립 형태로 운영된다. 정씨는 매니저 역할을 맡아 친구나 자매, 동서끼리 함께 물건을 기증하고 파는 '1일 가게'도 기획했다.
정씨는 "봉사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사소한 걸 기획해도 결과가 좋아 재미있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홍보도 해야 하는데 컴퓨터를 잘 몰라 큰일이다"라며 웃었다.
정씨는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을 '세상을 보는 망원경' 같다고 말한다. 맨눈으로는 못 봤을 것을, 나눔 활동의 넓은 품을 구석구석 보여줘 시야를 넓혀줬다는 것이다.
정씨는 "봉사활동은 어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비장하게 마음을 먹을 이유도, 주변을 정리할 필요도 없이 일단 시작해서 놀이터처럼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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