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전통 계승하고 나눔 실천한 '종가' 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상주박물관 공동기획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왕조실록에서 왕위 계승과 관련해 자주 나오는 말이 '적장자'(嫡長子)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적장자는 본부인이 낳은 맏아들을 뜻한다.
유교적 종법 질서에서 장자에게는 막중한 책임과 과도한 혜택이 돌아갔다. 그는 조상들의 제사를 모두 지내야 했지만, 상속 과정에서 더 많은 재산을 차지했다. 한편으로는 집안의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챙기는 역할도 맡았다.
상주박물관에서 18일 개막하는 '섬김과 나눔의 큰집, 종가'는 대를 이은 장자의 집, 즉 종가(宗家)의 문화와 전통을 살펴보는 전시다. 경북 상주는 종가 16개가 남아 있는 '종가의 고장'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상주박물관과 함께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모두 120여 점의 자료가 나온다. 그중에는 귀중한 서적이나 현판도 있지만, 종가에서 쓰던 백비탕(白沸湯·끓인 물) 그릇 같은 소박한 물품도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가운데는 보물 제1003호인 '조정 임진란기록 일괄'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학자인 조정(1555∼1636)이 약 6년 동안 쓴 기록으로, 열흘 정도 분량만 빠져 있어 임진왜란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임진왜란 때 아픈 동생을 업고 산에 올라 살아남았던 월간 이전의 이야기를 중국인이 그린 '월간창석형제급난도'(月澗蒼石兄弟急難圖)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은 유학의 학맥(學脈)을 이은 종가를 조명하는 1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다진 종가의 모습을 소개한 2부, 집 안팎에서 나눔을 실천한 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3부로 나뉜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 박물관과 진행하는 'K-뮤지엄 지역순회 공동기획전'의 하나로 마련됐다. 전시는 1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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