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말벌, 사람 머리보다 다리 먼저 공격…어두운색 민감
장수말벌의 독 '치명적'…말벌·꿀벌의 20∼40배 많아
"말벌에 공격 당하면 머리 감싸고 20m 밖으로 달아나야"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인명에 위협이 될 만큼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장수말벌은 사람의 머리보다는 다리를 먼저 공격하고, 어두운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이달 초까지 경주국립공원 일대에서 장수말벌의 공격성향을 실험한 결과, 장수말벌이 머리보다는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성향을 보였다.
장수말벌은 일반적으로 땅속에 집을 짓는데, 벌집 주변에서 약한 진동만 발생해도 수십 마리가 쏟아져 나오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머리부터 공격하는 털보말벌이나 등검은말벌과는 달리 장수말벌은 땅속에서 나오는 만큼 벌집에서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의 다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이후 사람의 행동에 따라 몸 전체를 공격했다.
이에 따라 벌집을 밟는 등 직접 충격을 주는 행위 등은 장수말벌의 공격성을 더욱 키우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장수말벌은 또 일반 말벌과 같이 순서대로 검은색, 갈색, 빨간색, 노란색·초록색에 강한 공격성을 보였다.
어두운 색깔에 공격성이 강한 것은 곰과 오소리, 담비 등 천적의 색상이 검은색 또는 짙은 갈색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밝은 계열의 의상을 착용해야 말벌의 공격으로부터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장수말벌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 등에 분포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로 꼽힌다. 일반 말벌이나 꿀벌보다 독의 양이 20∼40배 정도 많아 한 번만 쏘여도 치명상을 당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말벌은 꿀벌과 달리 침이 피부에 박히지 않기 때문에 신용카드 같은 도구로 침을 제거하려 하면 오히려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쏘인 부위를 차갑게 한 뒤 빨리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정종철 국립공원연구원 생태연구팀장은 "땅속에 있는 장수말벌의 집을 건드렸을 때 그 자리에서 벌들을 털어내려고 다리로 쿵쿵 딛거나 팔로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땅속에 집을 짓는 장수말벌이나 나뭇가지에 집을 짓는 등검은말벌 등 벌집을 건드려 덩치가 큰 벌들이 날아오르면 무조건 머리를 감싸고 그 자리에서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나공주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은 "야영이나 등산 등 국립공원 내에서 야외활동을 하기 전에 말벌의 유무를 세심히 살피고 벌집을 발견했을 때에는 건드리지 말고 관할 국립공원사무소에 바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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