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18일 휴업강행"…'잉크도 안말라서' 철회 번복(종합)
18일 여의도서 대규모 집회…"25∼29일 2차 휴업, 정부 태도에 달려"
지역별 참여 여부 갈려…학부모들 "아이들 가지고 장난치나" 분통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집단휴업을 철회했던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고 18일 예정대로 휴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한유총은 16일 새벽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교육부가 합의사항이라고 보내온 것과 애초 합의사항을 비교하니 '공·사립 구분 없는 평등한 학부모 지원방안 마련' 등이 빠져있었다"면서 "교육부가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보고 18일 휴업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보도자료는 오전 3시께 한유총 투쟁위원회 명의로 배포됐다.
한유총 관계자는 "일단 18일 애초 예정대로 1차 휴업을 진행한 뒤 정부 태도 등 상황을 봐서 25∼29일 2차 휴업을 할지 결정하겠다"면서 "주말 사이 교육부와의 추가 접촉은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유총은 회원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교육부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우리의 요구안과 심각한 견해차를 느꼈다"면서 "휴업은 원안대로 진행한다"고 통지했다.
한유총 대표단과 교육부는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간담회를 열고 집단휴업 철회에 전격 합의했다.
최정혜 이사장 등 한유총 대표단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간담회 이후 정부가 사립유치원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사항은 발표되지 않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유총 이희석 수석 부이사장은 간담회 후 "정부가 사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교사, 학부모를 지속해서 지원해준다는 약속이 있었다"면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교육부와 함께 유아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한유총이 많은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했지만 사실 직접 해드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면서 별도 합의서 작성이나 협의체 구성도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휴업 철회와 번복이 한유총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내분 탓에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한유총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한유총 관계자는 "최 이사장도 교육부에 속았다고 이야기했다"면서 "협상단에 누가 들어가느냐를 두고 이견은 좀 있었지만 (휴업에 관해) 내부적으로 견해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지역에 따라 일부 지회는 휴업에 참여하지 않고 정상 수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지회장은 "투쟁위가 지역에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철회 번복을 결정했다"면서 "학부모들에게 휴업을 철회한다고 다 알려놓고 다시 휴업한다고 할 수는 없다. 정상 수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휴업 철회 번복에 "아이들을 데리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어이가 없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번복 사실을 통보한 유치원도 있지만, 아직 알리지 않은 곳들도 있어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 하면서 관련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앞서 한유총은 18일과 25∼29일 두 차례 집단휴업을 예고했다.
한유총은 정부가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을 약속한 바 있다며 이를 이행할 것과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전체 사립유치원 4천245곳 가운데 약 58%가 집단휴업에 참여할 것으로 집계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시·도별로 휴업 철회 번복 상황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휴업에 돌입하면 더욱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각 시·도 교육청은 한유총의 휴업 철회 번복에 따라 준비했던 임시돌봄 서비스를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대비 임시돌봄서비스 준비는 이미 마쳤다"면서 "실제 휴업이 시작되면 차질없이 임시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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