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0명씩 줄서서 가입…시골 신협 조합원 폭증 미스터리

입력 2017-09-16 08:10
수정 2017-09-16 08:33
하루 70명씩 줄서서 가입…시골 신협 조합원 폭증 미스터리

1년에 조합원 300명 늘던 충북 옥천신협 한달새 1천여명 증가

조합장 선거 겨냥 1만원 출자금 대납하는 '유령 조합원' 의혹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전형적인 시골 금융기관인 충북 옥천신협에 최근 들어 신규 조합원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루 70건 넘는 가입 신청서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창구 앞에 긴 줄이 생길 정도다. 옥천읍이 인구 3만명을 밑도는 농촌의 작은 소도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뜬금없이 이 신협 조합원이 되겠다고 줄까지 서는 풍경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조합 측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이사장 선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장 후보들이 세를 불리기 위해 지지자들을 신규 조합원으로 끌어들인다는 얘기다.

무분별한 조합원 유치 경쟁으로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다보면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하고 '유령 조합원'이 양산돼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옥천신협에 따르면 전날 기준 조합원은 6천149명으로 넉 달 전인 지난 5월 1일 4천970명보다 무려 1천179명(23.7%)이 늘었다.

한 해 평균 300명가량 신규 조합원이 들어오는 것을 감안하면 지극히 비정상적인 증가세다.

조합 측은 차기 이사장 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세불리기 경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이사장 선거를 겨냥해 4명이 벌써부터 물밑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장 투표권은 1만원 이상 출자한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행사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보니 일부 후보자들이 출자금을 대납하면서 조합원 가입을 유도한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신협중앙회 등에는 출자금 대납 등 불법 선거운동 관련 제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회 관계자는 "지역본부 등에 불법선거운동 관련 제보가 들어와 조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옥천신협은 자본금 560억원, 수신고 500억원대의 아담한 금융기관이다. 이사장 보수는 봉급과 업무추진비를 합쳐 5천만원 남짓하다. 보수도 보수지만 이사장이 되면 '기관장' 신분이 돼 지역사회 '유지' 반열에 오른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직원 인사나 사업 방향 결정에 있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능력을 발휘하면 지방선거 진출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조합 측은 '유령 조합원' 가입을 막기 위해 이달 들어 출자금을 5만원으로 5배 올린 상태다. 그러나 이후에도 많게는 하루 70명씩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지만, 신규 조합원을 색안경 끼고 보거나 수사 의뢰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지면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조합은 유령 조합원을 가려내기 위해 출자 뒤 거래 실적이 전무한 조합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폭넓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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