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김경문 감독은 평생 은인…이호준은 대단"

입력 2017-09-15 18:15
수정 2017-09-15 18:22
이승엽 "김경문 감독은 평생 은인…이호준은 대단"

마산구장 은퇴투어…"마산은 열광적인 팬들이 있는 곳"



(창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이번에는 마산구장과 작별한다.

15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 NC 다이노스의 경기는 이승엽의 마산 고별전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은 이날 이후로는 마산구장에서 경기할 날이 없다.

이승엽은 '마산구장' 하면 열정적인 팬들, 그리고 NC를 이끄는 김경문 감독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평생 은인으로 삼을 분"이라며 각별하게 여긴다.

이승엽과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이룬 주역들이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우승 훈장을 달았고, 이승엽은 금메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한 방'의 주인공이다.

당시 대표팀은 승승장구하며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이승엽은 부진에 빠져 있었다.

팀에 특별히 기여하지 못하는데도 계속해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이승엽에게도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일본과 만난 준결승전에서 8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때려내며 승리를 이끌고 마음의 부담도 훌훌 털어냈다.

이승엽은 "올림픽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며 "너무나 큰 침체기였는데 그 홈런 하나로 제 이름을 한국 국민에게 각인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당시 너무 부진해서 올림픽 라인업에서 자신을 다른 선수로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나약한'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 감독님은 다르셨다. 꾸준히 기용해주셨다"며 "그리고 저는 마지막 한 방으로 모든 빚을 갚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김 감독의 뚝심과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승엽도 없었다는 말이다.

이승엽은 "게임에서 빠졌더라면 제가 국민타자로 불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김 감독님은 은인이시다. 제가 기억력을 잃지 않는다면 평생 은인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올해도 시즌 22호 홈런을 때릴 정도로 왕성한 실력을 보이고 배트를 기존보다 짧게 잡는 등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이승엽을 보며 "어린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고 칭찬했다.

이를 두고 이승엽은 "개인적으로 살아남으려고 한 것일 뿐"이라며 "야구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변화를 주면서 뭔가를 보여줘야 살 수 있다"고 몸을 낮췄다.

NC에는 이승엽에게 특별한 존재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이호준(42)이다. 둘은 지명타자 최강자를 둘러싸고 경쟁하기도 했던 사이다.

이호준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미리 선언했기에 둘은 인생 제1막도 동시에 마무리하게 됐다.

이승엽은 "호준 형은 굉장히 뛰어난 선수다. 저 때문에 가려진 부분이 있어 죄송하기도 하다"며 "우리는 한 번씩 밥도 같이 먹는 사이다. 서로 이해해주는 사이라고 생각한다"고 우정을 드러냈다.

또 "이호준 형은 저보다 대단하다고 해도 될 만큼 기운이 남았는데 은퇴라는 결단을 내렸다. 저도 결단했지만, 형의 결단이 참 굉장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승엽과 이호준은 은퇴 후 한적한 곳에서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이승엽은 "올해 시즌 전 미국 하와이 주에서 호준 형을 만났다. 올해도 만날 것 같다"며 웃었다.

마산구장의 열정적인 응원도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

이승엽은 "'마산'하면 롯데 자이언츠 제2 구장일 때 워낙 열광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경기를 마치고 야구장을 빠져나가는데 1시간 이상 걸렸다. 특히 삼성이 이기면 더 그랬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렇게 열정적인 부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마산구장이 NC의 홈 구장으로 바뀐 이후에는 2013년 찰리 쉬렉을 상대로 만루 홈런을 쳤던 기억이 가장 크게 남는다.

이승엽은 "그때도 침체기였는데 만루 홈런을 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올 시즌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면서 "23년간 야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하기도 하지만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있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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