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박성진 사퇴,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정국도 풀어야
(서울=연합뉴스) 진화론을 부인하는 창조과학회 활동과 뉴라이트 역사관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자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여 자진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낙마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 13일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의 '묵인' 아래 인사청문 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으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박 후보자가 처음이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고위공직자는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이어 6명으로 늘어났다. 문 대통령이 지명했거나 임명한 공직자들의 잇따른 낙마는 '코드인사'와 부실한 검증 시스템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 후보자의 사퇴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사논란이 길어지면서 국민 여러분이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신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임 실장은 "대통령 업무지시로 인사추천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인사 시스템을 보완해 가고 있다"면서 "다가오는 인사에 대해 여야, 또는 이념의 벽을 넘어서 적재적소에 가장 좋은 분을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전체 자산 속에서 찾아서 추천한다는 생각으로 각고의 노력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 실장의 약속대로 청와대는 차제에 인사 추천 및 검증 시스템을 대폭 보완해야 한다. 또한 '이념의 벽을 넘어서 적재적소의 인재'를 발굴해 추천하는 '탕평 인사'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길 바란다.
박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이제 관심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쏠리게 됐다. 국회는 지난 12∼13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청문 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나 여야의 의견이 맞서 보고서 채택에 진통을 겪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일인 오는 24일 이전에 김 후보자 인준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임 실장도 기자회견에서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일 이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야가 24일 이전에 국민을 위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결정을 꼭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과 '사법부 코드인사 우려' 등을 이유로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자신들을 향해 "땡깡을 놓는 집단"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 등 원색적인 말로 비난한 데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추 대표의 사과 없이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를 위한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제되지 않은 막말로 국민의당을 자극한 추 대표는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꼬인 정국을 푸는 것이 집권 여당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야당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의당도 민주당 지도부와의 감정 대립에서 벗어나 국회 인준 절차에 협조하는 것이 대안 정당을 추구하는 자세다. 보수 야당은 6년 전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양승태 대법원장의 인준표결에 참여한 전례를 살피기 바란다. 김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판단한다면 표결에 당당히 임해 반대표를 던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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