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급여를 볼모삼지 마시오" 아파트 경비원이 피켓 든 이유는

입력 2017-09-15 11:39
"우리 급여를 볼모삼지 마시오" 아파트 경비원이 피켓 든 이유는

추석 앞두고 주민대표 갈등으로 애꿎은 경비원·청소노동자 월급 못 받아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경비원 급여를 볼모로 삼지 마시오", "우리의 봉급으로 장난치지 말라"

15일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피켓을 들고 "봉급을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7시 이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시설 관리자 등 70명은 아파트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며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 70명은 지난달 28일 월급을 받았어야 했지만, 2주가 넘은 이날까지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



아파트 전·현직 입주자 대표 사이에 발생한 갈등 때문이다.

이 아파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이 아파트 전체 입주자 대표 A씨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해임된 뒤 B씨가 새 입주자 대표로 선출, 취임했다.

아파트 공금 통장에서 월급을 인출하려면 관리소장직인, 입주자 대표직인, 위탁관리회사 직인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표 교체로 인한 갈등 때문에, 현 대표가 전 대표로부터 직인을 넘겨받지 못하면서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를 2주 앞둔 상황에서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비원들이 직접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전 대표 A씨는 해임 사유와 절차가 모두 정당하지 못하므로 직인을 넘겨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 대표인 B씨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B씨 측은 구청에 '회장 변경 신청'을 했지만, 세무서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사업자 명의 변경을 안 해줘 그의 이름으로 직인을 새로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B씨 측은 최근 "도장을 주지 않아 업무가 방해된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경비원들의 돈을 주려고 인감을 찍으려고 했는데, 관련 서류가 다 새 대표의 명의나 형식으로 돼 있어 도장을 찍을 수가 없었다"며 "도장을 주지 못하는 데는 불법 해임과 불법 투표 등 그만한 이유가 다 있다. 이미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절차상 문제가 있었으면 구청에서 회장 변경 신청을 받아줬겠느냐"고 맞섰다.

그러면서 "법적인 책임은 별개로, 일단 경비원의 급여 지급이 안 되는 등 아파트 운영이 전혀 안 돼 당장 엘리베이터가 고장 날까 걱정이다. 수리비도 인출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가운데서 애가 타는 것은 70여명의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시설직 직원들이다.



법적 분쟁이 끝나 문제가 해결되기 까지는 최소 몇 개월이 흐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월급 지급도 법적 분쟁이 끝날 때까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경비원은 "정작 어려운 사람은 우리인데, 우리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퇴직당할 각오까지 하고 피켓을 들고 나섰다"고 호소했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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