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양승태 인준안 어땠나…야당이던 민주, 전격 표결 참여

입력 2017-09-15 12:15
6년 전 양승태 인준안 어땠나…야당이던 민주, 전격 표결 참여

당시 손학규 "솔로몬 앞 어머니 마음"…대법원장 공백사태 막아

민주 "대승적 처리 선례 기억해달라"…김명수 처리협조 野에 호소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표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6년 전 양승태 대법원장 인준안 처리 과정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2011년 9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지지하고, 양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양 후보자에 대해 "시대의 흐름과 정반대에 있는 인물"이라며 "대법원장이 될 자격을 가졌는지 많은 국민이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야당 몫인 조 후보자에 대해선 "재야 법조계의 대표적인 양심이고 명망이 높은 분"이라며 "이런 분을 거부한다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그에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맞섰다.

두 후보자의 임명 문제가 얽히며 지루한 샅바 싸움을 이어가던 여야는 '사상 유례없는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데 암묵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봤다.

과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무소속과 함께 표결 강행을 추진하며 민주당에 "대승적으로 결단해달라"고 동참을 촉구했고, 민주당이 "단독 표결은 안 된다"고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우리는 솔로몬 왕 앞에서 친자식을 내주며 친자식을 살리려 한 어머니의 마음이 되고자 한다"면서 소속 의원들과 본회의 표결에 전격 참여했다. 조건도 붙이지 않았다.

당내 반발을 무릅쓴 손 대표의 결단으로 양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재석 의원 245명, 찬성 227명, 반대 17명, 기권 1명으로 무난히 가결됐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사흘 전이었다.

손 대표는 이 때 "민주주의 정당정치를 지켜나가자. 손가락질과 불신과 외면을 당하는 정치를 우리가 다시 살려내자"며 "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장기 표류하다 이듬해 2월이 돼서야 본회의에 상정됐고, 재석 의원 252명, 찬성 115명, 반대 129명, 기권 8명으로 부결됐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을 이끈 것은 홍준표 대표였고, 낙마한 조 후보자 대신 새로 지명돼 우여곡절 끝에 헌법재판관에 오른 사람은 바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었다.

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로 인한 헌법재판관 공백 기간은 조대현 전 재판관이 퇴임한 2011년 7월 11일부터 2012년 9월 19일까지 무려 1년 2개월로, 현재까지 헌재 역사상 최장 공백 기록으로 남아있다.

김명수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전례를 상기시키며,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 2011년 9월 당시 민주당은 대법원 수장의 공백 사태를 불러와서는 안 된다며 대승적으로 양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한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여야가 만든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최근 기자들을 만나 "양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때 민주당이 원포인트로 본회의에 들어온 적이 있다"며 "김명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도 양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24일까지는 표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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