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로힝야족 학살사태에 미얀마 두둔하는 까닭…'가재는 게편'
중국 내 이슬람계 신장위구르족 의식한듯…인도양 진출도 염두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 사태에 대해 대외적인 비난 성명과는 달리 미얀마 정부를 두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15일 미얀마 관영 영문매체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를 인용해 로힝야족 반군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미얀마 정부의 대처를 지지하는 훙량(洪亮) 주미얀마 중국대사의 인터뷰를 전했다.
훙 대사는 "라카인주 테러 공격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이는 완전한 미얀마 내정 문제"라며 "미얀마 정부군이 극단적 테러리스트들에 반격을 가하고 주민 원조에 나서는 것을 중국은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로힝야족 '인종청소'의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성명에 동의한 것과는 또 다른 속내를 보인 것이다.
이런 입장은 중국이 로힝야족 사태를 인권 문제보다는 이슬람계 테러세력의 준동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앞서 "중국은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비판하지만, 국제사회도 미얀마 정부가 국가발전과 안정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또 "라카인주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양호한 외부환경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남양공대 정치폭력·테러연구국제센터(ICPVTR) 로한 구나라트나 소장은 "중국은 미얀마가 국제사회 압력을 받지 않은 채 로힝야족 위기를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중국이 신장(新疆) 위구르족 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 외부 간섭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논리와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은 특히 이번 난민 사태가 촉발된 원인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라카인주에서 기습 공격을 벌이면서 시작된 사태는 미얀마 정부군의 대대적인 반격 작전으로 이어졌다.
이 유혈충돌을 피해 110만명에 이르는 라카인주 로힝야족의 절반 가량이 방글라데시 등으로 피난한 것으로 보인다.
로힝야족 반군은 처음 현지에서 기습작전을 펼친후 미얀마군은 대대적으로 진압에 나서 9만명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라카인주에는 현재 110만명의 로힝야족이 있는데 지금까지 절반 가량이 인접 국가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추인(儲殷) 중국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미얀마 정부군의 반격 당시 폭력을 남용해 로힝야족 민간인을 사상한 혐의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로힝야 반군이 민간인을 한군데 모아놓고 방패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반군이 미얀마 민간인과 군 부대에 가한 공격으로 초래된 부대적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추 부교수는 로힝야 반군이 동남아 이슬람 테러조직의 지원과 주변국 정보당국의 사주를 받아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들은 순수한 민족해방군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인들이 겪는 고난을 사태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되며, 테러조직의 인질이 돼 반군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추 부교수는 이어 "중국 정부는 이미 이번 사태가 미얀마 내정 문제일 뿐이고 실사구시 원칙에 입각해 미얀마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아울러 이번 미얀마 사태를 기점으로 과거 타밀족 반군과 내전을 종식한 스리랑카 사례를 빌어 자국의 역할 확대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거점을 확실하게 마련하고 인도양 진출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 부교수는 "스리랑카 정부가 타밀족 반군단체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와 27년간 내전을 벌이면서 중국의 경제원조와 군사장비, 외교지원을 받아 2009년 내전을 끝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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