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과 짧게 자른 머리…20살 강소휘는 다시 웃는다
건강검진서 위벽 종양 발견…6월 수술대에
시즌 첫 경기인 14일 도로공사전 스파이크 '펑펑'
(천안=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지난 시즌까지 긴 댕기 머리를 휘날리며 코트를 누볐던 강소휘(20·GS칼텍스)가 쇼트커트로 변신한 지 벌써 두 달이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강소휘는 '왜 그렇게 머리를 짧게 깎았느냐'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그때마다 강소휘는 "그냥 잘랐어요"라며 웃고 넘겼다.
이번 시즌 첫 공식경기인 14일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한국도로공사전이 끝난 뒤에도 똑같은 말이 나왔다.
강소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위 수술을 받고, (이소영이) 다치고 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복귀 1주일 전에 과감하게 잘랐다. 자른 게 낫다는 생각도 있지만, 앞으로 기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소휘는 이번 여름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다.
2015-2016시즌 V리그 신인상 수상자인 그는 지난해 11월 무릎 연골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가 올 1월 복귀해 시즌을 마쳤다.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로 올라 선 강소휘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과 친선 경기에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강소휘는 소속팀 건강검진에서 위에 3㎝ 크기의 종양이 발견돼 6월 9일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그랑프리 월드리그 출전 꿈에 부풀었던 그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시련이었다.
내시경으로 종양을 제거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복부 근육을 뚫은 3개의 작은 구멍을 채우려면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수술 뒤 꼬박 두 달을 누워서 보낸 강소휘는 8월 초 코트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건 '에이스'라는 무거운 자리였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이소영의 무릎 수술로 생긴 빈자리를 강소휘에게 맡겼다.
강소휘는 훌륭하게 에이스 역할을 소화했다. 한국도로공사전에서 17득점으로 활약한 그는 "경기 전에는 많이 떨리고 심장도 두근거렸다. 처음으로 주전이 됐다는 생각에 부담도 크고, 책임감도 컸다. 연습 때는 에이스 역할을 못 했는데, 오늘 경기에는 잘해서 좋다"고 활짝 웃었다.
차 감독은 그런 강소휘를 애지중지한다.
제자 칭찬을 부탁하자 차 감독은 "이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강소휘는 무식한 게 장점이다. 언제든 과감하다. (에이스라면) 그런 맛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좀 더 과감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강소휘는 폭소를 터트리며 이렇게 받았다.
"8월에 복귀해서 몸 만든다고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감독님이 무식하게 엄청나게 굴린 덕분에 코트에 돌아왔죠."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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