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피해 나몰라라' 트럼프, 멕시코 대통령에 뒷북 위로전화
강진발생 일주일만에 통화…트럼프 "멕 대통령, 오지방문해 통화 힘들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강진 피해를 위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멕시코 대통령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니에토 대통령에 전화해 강진과 허리케인 피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의회가 일명 '드리머'를 위한 해법을 찾을 것으로 자신했다"고 밝혔다.
드리머는 불법 이민을 한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 온 뒤 미국에서 교육받고 성장한 젊은이를 일컫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만든 다카(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를 폐지했다. 다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는 멕시코 출신 청년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로 전화는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강진 직후 교황을 비롯한 각국 정상이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멕시코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로 전화는 멕시코 정부가 지난 11일 남부 지역을 강타한 강진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자 하비로 피해를 본 미 텍사스 주에 대한 지원 계획을 철회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표면적인 지원 철회 이유는 잇단 자연재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었지만 멕시코의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큰둥한 반응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진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불만 탓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15일 멕시코를 찾아 미 국방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립기념일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멕시코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니에토 대통령과의 통화가 늦어진 데 대해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 대통령이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강진 피해 오지 지역을 방문하는 바람에 통화하기가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7일 오후 11시 49분께 멕시코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에서 남서쪽으로 87㎞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규모 8.1의 강진이 나 최소 98명이 숨지고 2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는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 주와 치아파스 주에 집중됐으며, 가옥 3만 채가 파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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