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중국, 북한에 원유 끊으라" 독자제재 촉구(종합)

입력 2017-09-15 09:53
수정 2017-09-15 13:22
美국무 "중국, 북한에 원유 끊으라" 독자제재 촉구(종합)

"과거에도 사용된, 오직 중국만 보유한 강력한 수단"

미중회담 준비차 시진핑 외교책사 만난뒤 뚜렷한 진로변경

(런던·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로 대북 원유공급을 끊지 못한 미국이 중국의 독자적 차단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공식화했다.

미국의 기대와 동떨어진 쪽으로 안보리 대북제재가 희석된 뒤 후유증을 안고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 나온 선명한 변화라서 주목을 받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프랑스 외무부 관리들과 만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국으로서 (대북 원유공급 차단을)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향하는 현재 진로를 재고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중국이 원유공급이라는 매우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스스로 떠맡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책사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미국을 방문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양 국무위원은 올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틸러슨 장관과 회동해 현안을 논의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와 관련, "안보리에서 대북 원유공급 전면 중단 조치는 나오기가 매우 어려울 게 분명하다"는 말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에 활용된 국제공조 체계에 대한 불만을 실토했다.

그는 중국의 원유차단 독자제재와 관련, "과거에도 사용된 적이 있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라며 "진짜 오직 중국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인 그 강력한 수단을 거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주지 W. 부시 미국 행정부 시절이던 2003년 중국이 72시간 동안 대북 원유공급을 비공개적으로 차단하자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는 관측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협상을 위해 1992년부터 2003년까지 8차례 방북한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원유 조절의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한다면 중국이 인내심을 잃고 원유와 북한 지도부의 자산에 눈을 돌릴 것"이라며 "이는 매우 심각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1일 북한에 대한 유류공급을 30%가량 차단하고 북한의 섬유, 노동력 수출 등을 금지하는 제재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나 미국이 초안에서 제시한 원유차단이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자산동결 등 핵심 요구는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최종안에서 빠졌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영국 총리실을 예방해 메이 총리와도 면담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메이 총리와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적 행동들을 논의했다"며 "이들은 국제사회가 계속해 협력해 북한 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것의 중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대변인은 이들이 이란 핵합의도 논의했으며 메이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막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미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재검토와 관련해 "계속 재검토를 하고 있고 아직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능력뿐만 아니라 이란 위협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미얀마 로힝야족 대규모 피난 사태와 관련해선 "(실권자) 아웅산 수치와 그의 지도부를 지지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군부와 권력을 공유한 미얀마 정부에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며 미얀마 정부를 비난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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