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의 새 적은 백인우월주의자…'트럼프 시대' 사회상 반영?
신간 만화에서 이민자 살해하려는 백인 블루칼라 저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DC 코믹스가 새롭게 출간한 슈퍼맨 시리즈의 악당은 이민노동자를 괴롭히는 백인우월주의자라고 AFP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퍼맨 액션코믹스' 시리즈 최신판에서 슈퍼맨은 이민자들을 살해하려고 하는 실직 공장 노동자와 맞선다.
청색의 작업용 셔츠에 미국 국기와 같은 흰색, 붉은색, 푸른색이 섞인 반다나를 머리에 두르고, 콧수염을 기른 이 악당은 미국 '블루칼라' 백인 계층의 전형적 특징을 모두 갖췄다.
이 악당은 얼굴에 히잡을 쓴 여성이나 남미 출신 노동자들에게 다가가 이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가로챘다며 욕설을 퍼붓거나 위협한다.
만화에는 "너는 싼값에 일하며 영어도 못해 월급 한푼이라도 더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런 네가 내 일자리, 내 생계를 앗아갔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외치며 총을 꺼내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슈퍼맨은 이 순간 혜성같이 등장해 총알을 가슴으로 막아내며 이민자들을 구한다.
슈퍼맨은 "너의 영혼을 갉아먹는 암흑을 책임질 사람은 너 자신뿐"이라며 이 악당을 물리친다.
이런 대사는 지난달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독자들의 평가다.
지난달 12일 샬러츠빌에선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집회와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가 열렸으며, 맞불 집회에 참석한 한 30대 여성이 나치 사상에 심취한 젊은 백인우월주의자의 차량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 만화가 사회상을 즐겨 반영한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백인우월주의를 소재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마블코믹스는 2011년 스파이더맨을 흑인과 히스패닉 혼혈로 그린 새로운 버전을 선보인 적도 있다.
슈퍼맨도 실제 외계행성 크립톤에서 태어나 미국 캔자스의 한 가정에 입양된 이방인이이며, 슈퍼맨의 원작자인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도 유럽에 정착한 유대인의 후손이라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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