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하는 생리대검증위…독성 이어 여성사용자 역학조사할까
전문가 "교란변수 많아 힘든 연구"…식약처 "전수조사 결과 보고 결정"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우리나라 정부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생리대 독성조사에 나선 가운데 생리대를 일상적으로 써 온 여성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정부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는 생리대 역학조사가 필요한지 검토 중이다.
생리대를 사용한 후 각종 증상을 호소한 여성들을 조사해 생리대가 실제로 위험한 상품인지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은 여성환경연대가 제기했다.
또 대한직업환경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 등도 식약처 조사와는 별도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현재 식약처는 생리대에서 검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지를 독성 평가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된 생리대 전부를 시험 대상으로 두고, 여성이 하루 5개의 생리대를 쓴다고 가정할 때 VOCs가 피부로 전이되는 비율, 피부흡수율, 전신 노출량 등을 계산해 위해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발암성과 생식독성 상대적으로 높은 스타이렌, 에틸벤젠 10종은 이달까지 우선 평가하고, 연말까지 76종을 더 검사한다.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은 미국, 프랑스 등에서 먼저 제기됐지만, 대안 찾기 운동이 주로 전개됐고 위해성 조사에 공식적으로 들어간 나라는 없었다.
식약처는 참조할 해외 사례도 없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험법을 세워 조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질 점막을 통한 흡수에 대한 연구도 많지 않아 화장품 시험법 등을 참고로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처음이라는 악조건에 더해 생리대 안전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도를 볼 때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또다시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검증위에서는 생리대와 여성건강에 대한 추가 연구 요구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독성분석에 이어 역학조사까지 실시한다고 당장 약속하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다.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을 조사해 원인이 생리대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일은 '매우 난해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검증위 관계자는 "생리불순, 난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란변수(confounding factors)가 너무 많다"며 "스트레스, 음식, 담배, 세제, 다른 제품을 통해 들어오는 화학물질 등 증상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특정하기도 어렵고 통제하기도 어려운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란변수 때문에 연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도 "전문가들은 비관적으로 보지만 요구하는 단체가 있으니 정부로서는 최대한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환자가 제한적이지 않고 전 세계적 여성들이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연구 신뢰도를 높이려면 의료기록을 확보하거나 대조군을 간호사로 설정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식약처는 일단 이번 생리에 전수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생산되거나 수입된 생리대 896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위해도 조사가 우선"이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검증위원회와 논의해 역학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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