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업계 "철강 후판 가격 낮춰달라"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성명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극심한 일감 부족 속에 구조조정 중인 조선업계가 철강업계에 "후판(厚板)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후판은 '두터운 철판'이라는 뜻으로, 선박의 가장 중요한 재료다.
조선사들의 모임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14일 '조선-철강, 상생협력을 통한 동반 재도약 필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런 뜻을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자료에서 협회는 "최근 CMA-CGM(프랑스 해운사)가 발주한 2만2천000 TEA(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중국에 뺏긴 사례처럼, 국내 조선사들은 경쟁 국가들과 치열한 수주경쟁(원가경쟁)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하지만 선가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최근 후판 가격 상승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후판의 원재료 원료 탄과 철광석 가격은 각각 2012년과 2014년 이후 지속해서 떨어지다가 작년 하반기 이후 올해까지 상승과 하락, 재상승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주요 철강사들이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수입하는 원재료 가격은 올해 상반기 대비로 하락했거나 약보합세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철강 3사의 영업이익률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포스코[005490] 7.8%, 현대제철[004020] 7.6%, 동국제강[001230] 3.7%로 집계됐다.
협회는 "후판 사업에서 적자를 봤다고 해도 다른 사업군의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국내 건설수요 호조 등에 힘입어 철강 산업은 전반적으로 흑자를 봤다"며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하 여력을 부각했다.
아울러 조선업계는 조선-철강 두 업계의 '상생'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회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국내 조선사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국내 철강사도 이런 고객사(조선사)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게 된 것"이라며 "친환경·극지용 선박 분야에서도 조선-철강 산업의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두 산업계가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유망 선종(船種) 관련 철강소재를 개발하며 수요를 창출하려면 서로 협력하고 공조해야 한다는 게 협회의 조언이다.
협회는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 공급과잉 해소 지연, 발주량 급감 등으로 한국의 주력산업인 조선, 철강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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