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로 살기 위해 갖춰야 할 일상의 상식들

입력 2017-09-14 11:33
수정 2017-09-14 15:02
페미니스트로 살기 위해 갖춰야 할 일상의 상식들

신간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왜 일하는데 치마를 입으래? 산부인과 갔더니 왜 아무 설명 없이 다짜고짜 성경험부터 묻지? 늙고 아프면 믿을 것은 가족밖에 없으니까 결혼하라고? 애 키우기는 왜 아직도 엄마 혼자만의 일인 거지?"

신간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궁리)는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책이다. 2007년부터 10년간 한국여성민우회 소식지 '함께가는 여성'에 실린 페미니스트들의 에세이를 선별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부터 결혼과 육아에 대한 고민, 직장·교회 등 일상 곳곳에서 겪은 다툼과 갈등 등 여성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종종 맞닥뜨리는 다툼과 갈등을 솔직하게 말한다. 심지어 장례절차에도 성별 차이가 있다.

"장례 물품 방에 가니 관이 여러 개가 전시되어 있고, 그중 화장용 관은 두 개가 있었다. 이 두개는 무엇이 다르냐고 물으니 하나는 여성용, 하나는 남성용이란다. (…) 흰색 캐딜락과 까만색 캐딜락이 있는데, 고인이 여자 분이라서 흰색 캐딜락을 빼놨다고 하신다. 하지만 장의차 하면 '까만 캐딜락' 아니던가."

책을 엮은 한국여성민우회는 "이 책을 읽은 이들이 다시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 일인칭 기록이 또 다른 페미니스트들의 삶으로 겹쳐지고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56쪽. 1만4천원.



신문과 방송에서 한국사회의 여성혐오를 고발해온 기생충학자 서민(50)도 새 책을 냈다.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다시봄). 제목부터 남성들을 향해 돌직구를 날린다.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은 남성들이 분풀이할 대상을 찾게 만든다. 사회적으로 가진 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해봤자 별 소용도 없거니와 불이익을 당할 우려마저 있으니 (…) 그래서 선택한 대상이 바로 여성이다."

뻔한 분석이긴 하지만 사회 곳곳에 침투한 여성혐오를 여러 측면에서 들춰내 남성 독자들을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자신은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빗대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남성에게는 "여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싸워달라"고 촉구한다.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킨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저서는 남성 심리를 솔직하게 드러낸 일종의 '내부 고발'이라고 본다. 저자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가기엔 부적합한 게 맞지만, 지나치게 그를 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는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남성 대부분의 생각이 이토록 저질스럽다는 것은 남성에 대한 교육이 잘못됐다는 얘기니, 이들을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기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96쪽. 1만5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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