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부적격' 청문보고서 이례적…與 묵인 속 채택
2003년 고영구 전 국정원장땐 여야합의로 '부적격'…대통령은 임명강행
조윤선·김재수 전 장관 청문보고서는 野 단독으로 '부적격' 채택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3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강하더라도 여당에서는 통상 국무위원 후보자를 보호하면서 적격 의견과 부적격 의견을 병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역시 전날까지만 해도 적격 의견과 부적격 의견이 동시에 들어가는 것으로 초안이 작성됐지만, 결국 통과된 최종안에는 부적격 의견만 담겼다.
특히 이날 보고서가 채택될 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긴 했지만,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여야 한쪽이 완전히 퇴장하지 않은 채 회의장에 여야 간사가 모두 출석한 상태로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되는 것은 한층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여당의 '묵인' 속에 채택이 이뤄진 셈이다.
14년 전에는 여야 청문위원들의 합의로 부적격 의견을 채택한 일도 있었다.
국회 사무처와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3년 국회 정보위는 고영구 전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후 후보자의 이념편향을 문제 삼아 여야 공동으로 '부적격' 의견의 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지도부는 고 전 원장에 대해 적격인사라는 입장이었지만, 정보위원들이 지도부의 방침에 반발해 부적격 의견을 냈다.
이에 당 사무총장이었던 이상수 전 의원이 공개 발언을 통해 "제대로 사람을 뽑았는데 (야당이) 냉전적 잣대로 평가했고, 우리 당 의원들이 여기 동의한 것은 문제다. 정보위원들이 당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질타했으며 이후 지도부를 중심으로 정보위원 교체설까지 나오는 등 당이 내홍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국회의 부적격 의견에도 고 전 원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이와 달리 여당이나 야당 가운데 한쪽이 퇴장한 가운데 다른 한쪽이 단독으로 '부적격' 의견 보고서를 채택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가 야당 단독으로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됐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집단 퇴장한 가운데 국민의당 소속인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로 보고서를 채택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역시 지난해 9월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당시에도 여당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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