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법·검은 영장 갈등, 경찰은 '강제수사 최소화' 선언
(서울=연합뉴스) 경찰이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에 따른 인권침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국제수준에 맞춰 강제수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시민이 참여하는 외부통제기구를 만들어 경찰권 남용도 차단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찰개혁위원회 권고를 전면 수용키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향후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 경찰이 일반 수사권과 영장청구권까지 갖게 될 경우를 염두에 둔 것 같다. 경찰의 치부로 지적돼 온 인권침해 시비를 선제해서 불식시키려는 것이다. 국가경찰 체제로 규모가 14만 명에 달하는 경찰이다. 여기에다 독자적 수사권까지 가지면 '경찰 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엄존한다. 이런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키려는 파격적 개혁조치로 보인다.
경찰은 긴급체포 때도 체포 영장을 신청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고, 긴급체포 전에 상급자 승인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한다. 우리 헌법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 체포나 구속을 하는 사전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영장 없이 체포하는 긴급체포가 경찰에서 한해 1만 건을 넘는다. 이 가운데 구속영장 청구까지 가지 않고 석방하는 경우가 20%나 된다. 영장 없이 최장 48시간까지 신병을 확보하는 긴급체포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긴급체포를 자제하면서 구속수사까지 최소화한다면 형사피의자 인권 보호에 신기원을 열게 될 것이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갖게 되면, 변호사 자격을 갖춘 경찰관을 '영장전담관'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경찰한테 영장청구권을 주기에는 수사능력과 법률적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의구심도 상당 부분 불식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도 눈에 띈다. 예컨대 긴급체포 전에 반드시 상급자 승인을 받고, 사전 승인이 어려우면 체포 즉시 사후 심사를 받겠다는 대목이 그렇다. 긴급체포는 분명히 수사에 필요해서 생긴 제도다. 남용이 문제이지 전혀 쓸모없는 제도는 아니다. 경찰이 밝힌 대로 하면 인권은 보호되겠지만, 현행범이나 강력범에 신속히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구속영장 발부 즉시 구치소에 피의자를 구금하고, 수사관이 방문조사를 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교정시설 수용 인원은 평균 1천98.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게다가 수사관이 구치소를 오가면 조사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내실을 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불구속수사 원칙을 정립하는 데 힘을 모았으면 한다. 최근 검찰은 주요 사건 피의자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노골적으로 법원에 불만을 제기해 물의를 빚었다. 마치 불구속 상태로는 피의자를 조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의 강제수사 최소화 선언은 추후 실행 여부를 떠나 일단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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