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또 캐스팅 보트…김명수 찬반 놓고 '고심'

입력 2017-09-13 11:10
수정 2017-09-13 16:50
국민의당, 또 캐스팅 보트…김명수 찬반 놓고 '고심'

당내 의견 갈려 자율투표 가능성…김이수 이어 연속부결 역풍 우려

"與, 협치 진정성 없는 패권정치" 강경론도…"반대표 적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이어 다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지만, 현재로서는 찬성도 반대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김명수 후보자까지 부결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비칠 경우 초대형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이번에는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여당이 국민의당을 거세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투항'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이후 주도권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 의견이 팽팽히 갈리면서 김이수 전 후보자 때처럼 자율투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단 국민의당에서도 김명수 후보자의 신상이나 도덕성 부분에서는 결격사유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김이수 전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 후보자까지 부결시킬 경우 '정략적 이유로 반대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찬성 쪽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 발언에서 국민의당을 향해 "이번만큼은 존재감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드는 신중한 결정을 해달라"고 압박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에도 부결된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 화살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아닌 국민의당을 향할 것"이라며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도덕성에 문제가 없으면 무조건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것인가. 후보자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충분히 반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손금주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찬반 입장은 정하지 못했다. 오늘 청문회를 더 해봐야 판단할 수 있다"며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느냐, 사법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사법부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 등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풍을 우려해 찬성한다면 다시 원내 협상에서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내 한 관계자도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지만,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당론을 정하기보다는 자율투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김이수 전 후보자 때보다 반대표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이수 전 후보자와 달리 김명수 후보자는 호남 인사가 아니라는 점도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당내 일각에서는 여당이 국민의당을 너무 압박하고 있어 반발심리가 더 커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관영 사무총장은 전북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이수 후보자 부결 이후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을 보면 협치의 진정성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 그토록 우려한 패권정치가 부활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박주원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당은 존재감이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고뇌 끝에 투표를 한 것"이라며 "우리를 땡깡이나 부리는 깡패집단으로 몰아붙이는 품격 없는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꼬이면 자빠진다"라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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