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9월10일 월미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 2017-09-13 10:59
1950년 9월10일 월미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월미도 미군폭격사건 등 월미도 역사 다룬 '그 섬이 들려준 평화 이야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매년 9월15일 인천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린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흐름을 바꾼 작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천상륙작전이 가족과 친구를 잃고 고향을 떠나게 된 상처로 남아있다. 지금은 관광지로 유명한 인천 월미도 주민들의 이야기다.

강변구씨가 쓴 '그 섬이 들려준 평화 이야기'(서해문집 펴냄)는 지금은 관광지로 유명한 월미도에 숨은 아픈 역사를 되짚는 책이다.

인천상륙작전 5일 전인 1950년 9월10일. 미군 해병대 전폭기 네 대가 월미도 상공에 나타났다. 전폭기들은 아침 7시부터 낮 12시까지 120가구 600여명이 살고 있던 민간인 거주지역에 네이팜탄 95발을 투하했다. 이 일로 주민 100여명이 숨졌고 살아남은 주민들은 월미도를 떠났다. 왜 미군은 남한의 민간인에게 폭탄을 투하했을까.

책은 미군이 민간인 마을의 존재를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폭격 했다고 설명한다. 당시 월미도에 주둔하는 인민군의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미군이 월미도 민가에 적의 병력이나 무기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폭격을 감행했다는 것.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났던 월미도 원주민들은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도를 계속 해왔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월미도의 관리권이 미군 기지에서 다시 한국 해군기지로, 인천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월미도 원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2008년 2월 진실화해위원회는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에 대해 58년 만에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월미도 원주민들의 귀향과 위령사업 진행, 명예회복 조치 강구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출판사에서 어린이 역사책을 만들어왔던 저자는 어느 날 우연히 읽은 월미도 관련 신문기사를 보고 월미도의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이제는 80대가 된 원주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역사를 파고들어 '그날'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월미도 주민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희생'됐다기보다는 폭격으로 인해 '학살'됐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을 구한 인천상륙작전이 민간인학살이라는 '전쟁 범죄'에 크게 빚지고 있다며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료시민으로서 이 일에 관심을 둘 것을 촉구한다. 296쪽. 1만3천900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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