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부동의 사망률 1위 '폐암'…"맞춤치료가 답이다"

입력 2017-09-13 07:00
[명의에게 묻다] 부동의 사망률 1위 '폐암'…"맞춤치료가 답이다"

폐암환자, 치료 후 관리도 중요…"금연은 필수"

표적치료제로 생존율 향상 기대 "가족·의료진은 암 극복 동반자"

(서울=연합뉴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 폐암은 국내 발생하는 모든 암을 통틀어 10% 정도를 차지한다. 요즘도 국내에서 매년 2만3천~2만4천명의 환자들이 새롭게 폐암 진단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폐암 환자 전체의 5년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 전체 암 사망률로 보면 폐암이 22%로 부동의 사망률 1위다.

폐암은 생활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인 암으로,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률도 급격히 올라간다. 70세 이상 남성에서는 가장 흔한 암이며, 남자 암 발생 중 14%, 여성 암 발생 중 6%를 각각 차지한다.

폐는 감각신경이 없어 결핵이나 감염 등으로 많이 손상돼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폐암 초기도 마찬가지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이 있더라도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도 무증상인 상태에서 시작해야 결과가 좋다.



◇ 같은 병기라도 치료효과 달라…"개인별 맞춤치료 찾아야"

흔히 폐암 병기에 따라 치료가 어떻게 다른지, 대략 몇 %의 환자가 재발하는지를 궁금해하지만 같은 1기라고 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폐 주변부에 생긴 지름 1.5㎝ 크기의 간유리음영이나 기관지가 갈라지는 분기부에 위치한 같은 크기의 상피세포암이 모두 1기로 분류된다.

간유리음영은 컴퓨터 사진에서 뿌옇게 보이는 부분을 말한다. 마치 유리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투명하지 않은 유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간유리음영의 경우 흉강경으로 그 주변만 제거해도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고 재발률도 낮다. 하지만 같은 1기라도 분화도가 나쁜 폐 중심부의 딱딱한 폐암이라면 암이 생긴 폐엽 전체를 떼어내야 할 정도로 수술 범위가 넓어지고 5년 내 재발률도 20%에 달한다.

폐암 3기의 경우도 차이가 크다. 보통은 수술 전 중심부 림프절이 여러 군데 커져 있는 3기 폐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매우 낮다. 그러나 같은 3기라도 수술하기 전 림프절 전이가 보이지 않았다가 수술하고 나서 현미경에서나 확인 가능한 작은 중심부 림프절 전이를 보이는 경우에는 2기 폐암보다 성적이 좋다는 연구도 있다.

폐암 환자의 치료에서 고려해야 할 항목들은 폐암의 병기뿐만이 아니다.

같은 형태의 암이 같은 위치에 있어도 환자의 나이, 폐 기능, 동반질환(다른 암을 겪었는지, 관상동맥 질환이나 폐섬유화증이 있는지, 결핵을 앓지는 않았는지 등)에 따라 수술치료 방침이나 예후에 많은 차이가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수술 전 폐 기능에 따라 수술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가 9배까지 차이가 났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범위를 줄이거나, 장기 생존이 어려운 경우에는 폐암을 지켜봐야 할 때도 있다. 폐섬유화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동반한 경우에는 폐를 가능한 작게 잘라내는 게 중요하다.

재발하는 경우에도 다 같은 재발이 아니다. 재발 위치가 한 군데인지, 두 군데인지, 여러 개인지, 재발 장기가 폐인지 뼈인지, 절제가 가능한 부위인지 등에 따라 같은 생존율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유전체 검사에서 표적치료가 가능한 변이가 있는지, 최근 개발된 면역치료제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서도 예후가 달라진다.



◇ 폐암환자, 치료 후 관리 중요…"금연은 필수"

폐암으로 치료받은 이후에도 다른 부위에 암이 생길 수 있다.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국에서 25년 이상 암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를 보면 약 8%에서 또 다른 암이 발생했다.

폐암 환자의 경우 1년에 2차례 흉부 CT(전신 양전자단층촬영) 검사로 암이 재발하지 않았는지 확인하지만 그래도 내시경 등을 통한 위암이나 대장암에 대한 검진은 여전히 필요하다.

최근 연구 중에는 암 생존자의 약 절반이 암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폐암 치료 후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담배를 끊는 것만으로 생존율이 높아지고 치료 효과가 좋아지며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 이후에도 2차 암 발생 위험이 커지고 치료가 잘 안 된다. 니코틴은 항암치료의 효과도 줄인다. 간접흡연도 직접 흡연과 마찬가지로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폐암 수술 후 운동은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어떤 운동이 좋다고 보고된 것은 없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책과 같은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했다가 치료를 마치고 2∼3개월 후부터는 환자가 평소에 하던 운동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암을 겪었던 환자들은 암의 재발 여부에만 신경을 쓰고, 심혈관 건강이나 혈압, 혈당 등 일반적인 건강상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병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흡연, 비만 등 위험 요소에 대한 관리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표적치료제로 생존율 향상 기대…"가족·의료진은 암 극복의 동반자"

과거에는 폐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를 할 경우 개개인의 암에 상관없이 세포독성을 갖는 항암제를 사용했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개개인의 암 유전자 이상을 확인하고 이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유전자 이상을 확인해도 모두 표적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적절한 표적치료제가 있는 경우 일부 환자들은 수년 이상 표적치료제로 병의 진행을 막는 사례도 있다.

이런 변화는 기존의 수술적 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3기 이하 폐암에서만 수술치료를 적용했다. 대부분의 폐암 환자(80%)가 수술할 단계가 지나서 폐암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체 의학의 시대에는 진행된 폐암 또는 심지어 재발한 폐암 환자에게도 수술치료의 여지가 생겼다.

또 이전에는 폐암 수술 후 다른 부위에 암이 재발할 경우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어 증상 완화 목적의 고식적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재발 부위에 대해 다시 수술적 절제를 시행하고, 이 조직으로 유전체 검사를 진행해 적당한 표적치료제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특히 흉강경 수술이나 수술 기구의 발전으로 이제는 수술 합병증도 크게 줄이게 됐다. 앞으로는 수술적 절제와 유전체 의학이 만나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폐암의 치료는 환자와 그 가족이 어느 정도로 치료에 대한 의지를 가졌는지,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어떤지, 의료진과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는지 등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자가 긴 시간을 들여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고 해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이상 어느 정보가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인지를 알기는 어렵다.

건강검진을 통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좋은 의료진을 만나 설명을 듣고 같이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 특히 폐암과 관련한 흉부외과, 종양내과, 호흡기내과, 치료방사선과, 영상의학과 등의 다학제 진료팀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은 함께 할 때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 최세훈 교수는 200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전임 과정을 마치고 진료교수로 활동 후 2012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 재직 중이다. 최 교수는 폐암, 흉부외상, 선천성 폐기형, 폐이식 진료를 주로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폐암센터는 연간 1천건 가량의 폐암수술을 하고 있으며,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에서는 폐이식 5년 생존율이 65.5%에 달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최 교수는 풍부한 임상 경험 이외에도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이식학회,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학술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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