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 지분 매각한 신동주…경영 복귀 포기하나(종합)
분쟁 이어갈 동력 상실…"한국 경영권 포기하고 일본에 주력할 듯"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롯데가(家)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자신이 갖고 있던 대부분의 롯데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기로 하면서 2년 넘게 끌어온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미 롯데 주요 4개 계열사의 지주사 전환 결정으로 큰 타격을 받은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주요 계열사 지분마저 처분하면서 경영권 포기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신 전 부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 중인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 4개 계열사의 주식 97%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 4개 계열사는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안을 결의한 회사들이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롯데제과 3.96%, 롯데쇼핑 7.95%, 롯데칠성음료 2.83%, 롯데푸드 2.00%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지분의 97%를 장외에서 매각할 경우 신 전 부회장은 7천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결정이 단순히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해당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자신이 이들 회사의 분할과 합병안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이 통과된 데 대한 반대 의사 표시로 지분을 처분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4개 계열사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이 주주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중국 사업에서 큰 손해를 본 롯데쇼핑의 경영상 손실을 다른 3개 계열사 주주들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적잖은 재계 전문가들은 신 전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이 단순히 분할합병안에 반대하는 의사 표시가 아니라 롯데 경영권 분쟁의 향배와 관련해 상당한 함의(含意)를 가진 행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결정을 계기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은 깨끗이 포기하기로 한 것 같다"며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 매각이 바로 그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신 전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그동안 그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핵심적인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주요 주주 자격으로 롯데 계열사들의 회계장부 열람을 신청할 수 있었고, 회계장부에 대한 분석과 고소·고발을 통해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게 재계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주요 계열사들을 상대로 한 각종 주주제안과 가처분신청 역시 주요 주주 자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주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각종 권한이나 자격이 제한돼 지금까지와 같은 경영권 분쟁 행위를 이어갈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재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패한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내미는 일종의 협상 카드로 한국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는 힘의 대결로는 동생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한국 롯데의 경영권은 깨끗이 동생에게 양보하는 대신 원래 자기 몫이었던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넘겨달라는 협상을 하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로 한국 롯데 지분을 처분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최근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강공 일변도의 전략을 조언해 신 회장을 재판정에 서게 한 '민유성 사단'과 전격적으로 결별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롯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신 전 부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한국 롯데의 경영권은 양보하는 대신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이번에 한국 주요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대부분 매각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고준샤·光潤社)의 지분 50%+1주를 보유한 대주주란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계열사의 주식을 팔아 마련한 '실탄'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추가 매입 등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탈환하기 위한 전략에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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