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송유 전면차단은 서방도 우려…추가제재 여지도 남겨야"
대북제재 결의 채택과정 막전막후…"원유 제재 효과없다" 분석도
트럼프-시진핑 통화서 가닥잡힌듯…미·중·러 비공개 협상서 타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11일(현지시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는 당초 미국이 제안한 초안에 비해 상당 부분 후퇴한 내용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을 단속할 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방안 등이 빠졌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북한 정권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던 전면적인 대북 원유금수 조치가 전체 유류 공급의 30% 정도만 차단하는 정도로 크게 완화됐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결의 내용이 후퇴한 것은 상당 부분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탓으로 여겨진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지닌 두 나라의 반대를 무마하느라 미국이 적지 않은 양보를 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초안에 비해 완화된 내용으로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된 데 대해 "러시아와 중국의 힘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 밤까지 중국, 러시아 유엔대사와 함께 여러 차례 비공개 회동을 한 끝에 수정 결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통화도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북제재 합의의 기틀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두 정상은 지난 6일 통화에서 북핵 해법을 논의한 바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새 대북제재가 통과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긴밀한 관계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제재 후퇴가 전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의 관료들조차 미국의 초안이 그대로 채택되면 올 겨울 북한이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공개하고 서방을 "집단 학살의 설계자"(architects of a genocide)라고 묘사할 것을 우려했다고 NYT는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도 새로운 대북 제재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고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이 이 신문에 전했다.
전면 원유금수 조치를 관철했더라도 별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는 한계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은 석탄액화연료로 원유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원유금수는 결과적으로 큰 영향력이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이 앞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할 수 있는 제재 조치를 한꺼번에 미리 부과하는 것은 나중에 손발이 묶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물밑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 측은 초안대로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될 경우 북한의 추가 핵실험 또는 미사일 시험발사시 안보리에 남은 수단이 뭐가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복수의 외교관들이 전했다.
비록 후퇴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일대오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프랑수아 드라트르 유엔주재 프랑스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의 단일한 대오가 전쟁 위협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모두가 한배를 타기 위한 타협"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이 애초의 강경 입장을 고수해 자칫 안보리 결의안 채택 무산 혹은 안보리의 균열을 초래하는 것보다, 제재 수위를 낮추더라도 안보리가 북핵 문제에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핵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재만으로 부족하며, 결국은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도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해법을 거듭 제안하며 대화와 협상을 병행하라고 촉구했다.
대릴 킴벌 미 군축협회 소장은 NYT에 "오직 제재만으로 북한을 굴복하게 할 수는 없다"며 "실용적인 관여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 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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