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정치(섬유수출 금지·정유공급 감축, 北에…)
섬유수출 금지·정유공급 감축, 北에 얼마나 고통줄까
"섬유, 민생경제 직격탄"…'루프홀' 여전히 존재
제재에 내성키운 北, '자력자강' 앞세우며 체제결속 도모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채택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당초 미국의 초안보다는 완화됐지만 북한에 단기적·장기적으로 타격이 될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번 결의 가운데 북한에 가장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최근 수년 사이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 떠오른 의류 임가공 무역을 금지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평가한다.
코트라(KOTRA)의 '2016년 북한 대외무역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의류는 광물성 연료에 이은 북한의 2위 수출품목으로, 지난해 북한 전체 수출의 25.8%(7억 3천만 달러)를 차지했다.
특히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 측이 중국 업체의 주문을 받고 원자재를 들여와 의류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의 임가공 무역이 최근 급속히 성장했다. 외교부는 북한의 섬유 수출 규모를 연간 약 7억6천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의 외화수입에서 섬유제품 수출액을 단순 삭감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섬유 산업의 노동집약적 성격상 많은 수의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몇 년간 북한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북한 전역에 봉제업이 활성화됐다"며 "(섬유제품 수출 금지는)북한의 민생경제에 직격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중간 의류 임가공 무역은 양측의 이해가 맞물린 영역인 만큼 양측 민간업자들이 어떻게든 금수조치의 우회로를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안보리가 90일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섬유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할 조치에 나설 여지도 있다.
유류 제재의 경우 우선 대북 정유 수출을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함으로써 북한의 원유 정제능력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평안북도 피현군의 봉화화학공장과 함경북도 나진·선봉구역의 승리화학연합기업소 등의 정유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두 시설 모두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자체 가공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시스템에 비해 북한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가 이번 제재결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대북 유류공급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결의에 따르면 유류를 북한에 제공하는 경우에는 매달 제공 내역을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에 통보해야 하며, 북한에 공급한 유류분이 목표치의 75%, 90%, 95%에 각각 도달하면 유엔 회원국들에 공지해야 한다.
기존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이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것을 감안, 미국 등이 향후 추가제재를 염두에 둔 '실태 파악' 목적으로 이런 조항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보리가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 발급을 금지하면서 제재위로부터 건별로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것도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유류 공급이나 북한 해외노동자 고용이 국제사회의 관리 체계 안으로 좀 더 들어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공식적 거래가 워낙 활성화된 북한의 대외교역 특성상 이같은 국제사회의 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이미 9차례 대북 결의를 거치며 제재에 내성을 키워왔고, 최근 들어서는 '자력자강', 특히 에너지 자립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민생에 영향이 큰 섬유 금수 등의 제재가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국제사회에 대한 반감과 체제 결속을 키우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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