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신 러시아?"…러시아 밀수 구멍에 北제재 효과 불투명
WP "최근 북한과 러시아 교역 규모 가파르게 증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했지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빈자리를 러시아 밀수업자들이 빠른 속도로 채우며 북한에 석유와 필수품을 몰래 공급하고 있어서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북제재 위반을 감독하는 미 당국 관계자는 러시아 기업인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돈을 벌 기회로 보고, 밀거래와 돈세탁을 숨기기 위해 복잡다단한 여러 기업을 표면에 내세웠다고 밝혔다.
공식 문서 등을 통해서도 북한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오가는 유조선 수가 늘어난 사실이 확인된다.
양국 간 밀거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를 결의하고,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이 북한에 대한 연료 수출을 중단하기로 한 이후 교역 규모가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것이 WP의 설명이다.
교역이 활발해지자 북한의 나진항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잇는 정기 항로도 개설됐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물건은 북한이 자체 생산할 수 없는 경유를 포함해 연료가 주를 이룬다.
미 당국 관계자는 "중국이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끊으니 이제는 (북한이) 러시아로 발길을 돌렸다"면서 "항상 주요 공급자로부터 공급이 끊기면 어디 다른 곳을 뚫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핵무기 및 장거리미사일 개발 중단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을 뒤흔드는 행위다.
미 재무부가 지난달 북핵 관련 제재 명단에 러시아 기업과 개인을 포함한 것도 러시아의 대북교역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 재무부 부국장은 "러시아는 이제 이 영역의 참가자"며 "중국은 이제 북한에 신물이 나 대북압박 강화에 참여할 의지도 있지만 러시아도 그런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작 러시아 정부는 북한에 대한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서도 대북 원유 수출을 중단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는 행위를 물리적으로 가로막을 수는 없으나 우회적으로 북한과의 거래를 압박할 방법이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밝혔다.
북한과 거래하는 러시아 기업들은 평가 절하된 북한의 원화 대신 달러로 거래하기를 원하는 데 이 틈을 노리면 된다는 것이다.
재무부는 지난달 러시아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면서 북한과 관련된 자금 수십만 달러를 몰수하며 압박했다.
루지에로 전 부국장은 "북한과 사업하는 쪽은 달러화로 받기를 원한다는 대목에 취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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